림삼초대 詩'물봉숭화'

  • 등록 2020.10.21 21: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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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지나쳤던 지난 계절들이 언뜻 떠올라 가던 길을 멈춰서서 뒤돌아 본다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 詩作NOTE -

 

참 빨리도 달려간다. 벌써 가을의 끝자락이 조만치 앞에 서 있다. 찬 서리 소슬바람에 옷깃 여미며 아침나절 외출길에서는 어느새 종종걸음치며, 따스한 기운 감도는 실내로 들어서기 바쁘다. 에어컨 아래서 땀 식히던 게 불과 몇 날 안 된 것 같은데 이젠 겨울채비로 마음 조급해지니, 이리도 세월 가차없이 쏜 살 같은 걸, 어찌 여유롭게 남은 날짜 세면서 미적거릴 수 있을손가? 이즈막에는 잠에서 깰 적마다 계절 바뀌는 소리에 소름이 돋기까지 하니, 아마도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

 

이제 이 가을이 가면 앞으로 몇 차례의 가을을 더 보듬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에 자못 우울해지다가, 문득 새벽 등산길에 마주쳤던 들꽃 한 송이를 생각해내곤 슬며시 웃음 머금는다. 그게 어디에서건 제 자리인 양 자리 펴고 피어나는 작은 생명의 기미가 어쩌면 경이롭고 찬란하게까지 느껴져, 한참을 멈추어서서 쭈그리고 바라보던 그 꽃에서 필자는 오늘도 살아있음의 의미를 눈치챘다. 세상 만물 무엇이라도 태어나고 피어난 의미가 제각각 소중할 텐데, 비록 잠시 왔다 가는 세상일지라도 어찌 소홀할 수 있으며 함부로 낭비할 수 있으랴?

 

짧은 가을의 하룻날은 이제까지 귀히 여기지 않던 사색의 창을 은근히 열고서는 필자에게 조그만 깨달음 하나를 선사해준다. 그 맛에 새벽길 나서는 거지만, 하루를 사는 하나 하나의 의미가 새삼 귀하고 정갈하여 두 손 모둔다. ‘오늘도 만나지는 모든 사람들을 가슴으로 사랑해야지,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들을 함께 안으며 내가 갖고 있는 소박한 꿈을 전해야지, 그렇게 누리에 피어나는 들꽃처럼 고아한 향기를 건네주어야지.’ 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시작하는 오늘이기에 필자에겐 너무나도 뜻깊은 이 날이다.

 

후회하고 또는 자책하다가,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면서, 그렇게 가을이 익어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가을이 참으로 소중했던 날들이었다고 기억해낼 그 날이 있을 거다. 상처입고 눈물 머금던 사연들마다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되새길 그런 날들이 필경 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 살아가는 촌각의 시각인들 어찌 허투루 써버릴 수 있으며, 언제까지 이어질 무궁한 시간의 편린이라며 가벼이 흩어버릴 수가 있겠는가? 생각 깊어질수록 숙연해지고 삶의 본질이 무궁하게 느껴져, 다시 한 번 가슴의 눈 떠 바라보는 아침이다.

 

쉽게 지나쳤던 지난 계절들이 언뜻 떠올라 가던 길을 멈춰서서 뒤돌아 본다. 언젠가는 꽃이 피던 세월이 있었다. 아지랑이 피고 새가 울고, 희망에 들떠서 꿈에 부풀던 세월이 있었다. 그 때는 그런 세월이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행복하던 봄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알몸으로 서서, 살아가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 세월이 이내 찾아왔었다. 태풍도 불고 폭우도 몰아닥쳐 힘들었던 세월이 더 길었다. 하지만 간혹은 나무 그늘 아래서 매미 소리에 화답하는 안온함도 있었다. 그리곤 비가 오고 나면 무지개 뜨는 날도 있었다.

 

이제 가을! 가을은 열매를 맺는 계절이라던가? 과연 올 가을은 어떤 열매가 열릴까? 어떤 씨앗을 뿌렸나 더듬어 본다. 사랑을 뿌렸을까? 희망을 뿌렸을까? 행복을 뿌렸을까? 보람을 뿌렸을까? 혹여 슬픔을 뿌린 건 아닌 지, 절망을 뿌린 건 아닌 지, 미움을 뿌린 건 아닌 지, 이제 좋은 결실만을 기대해 보면서, 이제 두달 반 정도 남은 달력을 보며 세월의 빠름을 생각한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후회없는 마무리를 염두에 두면서, 가을단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장황한 생각의 파노라마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오늘도 마음에 주문을 외운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래서 웃는다. 오늘도 마음에 주문을 외운다. 웃자, 웃자, 웃어보자고, 웃다 보면 마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어느새 밝은 빛으로 물들이고, 불행은 행복의 꽃을 피운다. 오늘도 마음에 주문을 외운다. 먼저 건네는 미소가 누군가의 얼굴에 작은 행복의 미소 짓기를, 그 미소에 내 마음도 행복해진다. 오늘도 행복하다, 행복하다고, 웃자, 웃어보자고, 마음에 주문을 외운다. 가을이니까 가을다운, 가을처럼 아름다운 주문을 외우면서 시작하는 아침시간이다.

 

미국의 한 유통업체에서 생산성과 관련한 실험을 했던 적이 있다. 7명의 계산원 중 1명을 생산성이 높은 직원으로 배치했더니 다른 6명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동료효과라고 부르는데 생산성이 우수한 직원이 있을 때 다른 직원들은 그를 통해 자신의 단점을 수정하게 되고 동기부여 효과로도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이런 배치가 연간 무려 250만 달러의 절감효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인간의 능력의 발현은 의외로 구성원의 조합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파레토의 법칙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이 존중과 사랑을 받고싶어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인간성은 좋은데 유독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지 못하고 사랑의 감정에 자신 없어 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사랑 망상증에 걸린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들은 사랑을 통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연인만을 찾느라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사랑 불감증에 걸린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영혼이 없는 것 같이 살아가므로 동질감을 느끼기 어렵다. 인간은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들이므로 삶에서 기쁨과 평화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랑을 통해 그것을 쟁취해야 한다. 그것은 불완전함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사랑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믿음에서 출발한다. 불완전한 상대를 보듬어주고 안을 수 있을 때 사랑은 쟁취할 수 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먼저 인생이 불완전하다는 것부터 알아야 한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가장 큰 배려를 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매일 세 끼를 유기농 식단으로 제공하고 있고 근무 중에도 언제든지 수영과 라켓볼을 즐길 수 있도록 직원들을 배려한다. 업무 시간이나 업무 환경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의 애완견을 데리고 출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직원들은 엄청난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 직원들끼리 주기적으로 서로를 평가하는 제도를 통해 긴장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요받는다. 그들은 회사와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동기 부여를 받는다.

 

우량기업인 ‘3M’고어도 모두 이와 유사한 제도 속에서 직원들에게 질적 혹은 양적으로 우수한 산출물을 강요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 조직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 특히 성취욕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주변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항상 압박 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 압박의 무게는 어느 환경에서나 동일할 것이다. 빈둥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도 마음으로부터 뭔가를 강요받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일 것이다.

 

바이올린은 참 묘한 악기다. 초심자에게 너무나 혹독한 악기지만 연주를 하면 할수록 행복을 주는 악기다. 이 말이 바이올린을 쉽게 마스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이올린을 잘 켜기 위해서는 몸에 힘을 빼야 한다. 그리고 연주자는 자신의 해석에 따라 곡을 재창조할 수 있다. 사실 필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악기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악기는 줄에 대한 손가락의 압력, 활 털을 쓰는 방법, 압력, 속도에 따라 또 감정에 따라 소리 변동이 심하다.

 

이런 연주자의 재량은 작곡자의 의도와 심하게 부딪치게 되기 때문에 객관성과 주관성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연주자가 바로 바이올린 연주자인 셈이다. 그러나 바이올린을 아무리 잘 켜도 노래하는 이가 없으면 그 곡의 의미를 전달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모두 도우면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사랑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공명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야 하는 이유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라고 생각하고 말하면 진짜 행복해진다고 한다. 이 우주에는 분명 좋은 에너지와 좋지 않은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에 흐르는 그 기운들은 서로 같은 부류들끼리 짝을 지으려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리가 슬퍼! 힘들어! 우울해! 잘 안 돼! 불행해!” 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닮은 무리를 찾고 있던 우주의 불행한 기운들이 어느새 몰려와 우리의 발목을 단단히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활짝 핀 꽃이 내뿜는 아름다운 향기를 쫓아 나비가 날아들 듯, 행복한 곳에는 행복한 기운만 찾아드는 법이다. 행복을 기다리는 작은 생각의 굴뚝에 열심히 불을 지펴주자. 그러면 우리의 굴뚝에서 피어나는 따뜻하고 뽀얀 연기를 향해 온 우주의 행복한 기운들이 달려올 테니까 말이다. 그 에너지들이 모이고 모여 어느 날, 우리의 행복을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게 할 것이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처음 온 손님들이 덩달아 줄을 서고 모여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세상은 긍정적인 사람의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잘했어! 괜찮아! 좋아!” 라고 자기 자신에게 먼저 말해주어야 한다. 남에게 칭찬을 받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이다. 마음에 무엇을 담겠는가? 씨를 뿌리면 열매를 얻는다. 하지만 생각의 씨로 바로 인생의 열매를 거둘 수는 없다. 씨와 열매 사이에는 반드시 겪어야 할 어떤 과정이 있듯이 오늘도 행복의 씨를 뿌리고 행복의 열매를 얻는 행복한 과정이 있어야 한다.

 

돈이 없으면 벌면 되고, 잘못이 있으면 고치면 되고,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되게 하면 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우면 되고, 부족하면 메우면 되고, 힘이 부족하면 힘을 기르면 되고. 길이 안 보이면 길을 찾을 때까지 찾으면 되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되고, 기술이 없으면 머리를 써서 연구하면 되고, 믿고 사는 세상에 살고 싶으면 거짓말로 속이지 않으면 되고, 미워하지 않고 사는 세상을 원하면 사랑하고 용서하고 배려하면 되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으면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진실하면 되고, 그래도 사랑받지 못하면 받을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면 되고, 노력해도 안 되면 상대방 탓하지 말고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보내면 되고, 세상을 여유롭게 살고 싶으면 물 흘러가는 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고. 이와 같이 되고 법칙으로 인생을 살아가면 안 되는 것이 없을 것이다. 신나게 사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안돼! 몰라! 하지마!” 이렇게 하기 보다는 되도록 해보자! 할 수 있어!” 이렇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 가을이 흘러가고 있다. 이 시간도 가을은 달려간다.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계절 가을, 이 가을에 생각을 바꾸면 가을의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오늘도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하루,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되도록 하자. 눈 들어 바라보는 온 누리에 아직도 가을이 가득가득 들어차 있다. 세상은 가을이다. 우리는 지금 흐드러진 가을을 본다. 행복한, 행복해서 더욱 행복한 가을을 살아간다. 가을 가득한 누리를 누린다. 너와 나, 우리가...

관리자 기자 news33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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