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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림삼의 11월의 시 '사랑중의 반은 미련이리니'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막힌 인연은 뚫고, 꼬인 인연은 풀어, 내일은 활짝 웃는 반가운 인연으로, 더 좋은 인연으로 수 놓아가자.

   

                                                                               림삼 작가



- 시작노트 -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다. 만나기 싫은 사람은 더 자주 눈에 띄고, 붙잡고 싶은 사람은 금세 떠날 사연이 생겨난다.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에게서 진한 연민을 느끼게 되다가도, 조금 자주 부딪치면 그게 또 이상스레 싫증이 난다. 도무지 갈피를 잡기 힘든 마음 때문에 변덕을 부리게 되는 게 사람이다. 그런 일정치 않은 심리상태 가운데에서 자신도 모르게 특별히 이어지는 인연을 우리는 바로 필연이라 이름 붙인다.

그렇게 맺어지는 특별한 만남이기에 우리는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늘상 쉽게 보고, 만날 수 있다 해서 그것이 그만큼 가볍기만 한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소중하게 가꾸어야 하는 연분이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우리는 이미 머리로 수긍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단계인 가슴으로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고, 어떤 것이 사람의 마음으로 연결된 만남인지를 알 길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우리의 만남들을 정말 보배처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생기하거나 소멸하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보고, 생멸에 직접 관계하는 것을 '인'이라고 하며, 인을 도와서 결과를 낳는 간접적인 조건을 '연'으로서 구별하는데, 실제로 무엇이 인이고 무엇이 연인가를 확실히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연은 ‘인과 연’과 ‘인으로서의 연’의 두 가지로 해석되는데, 이 양자를 일괄해서 연이라고 하며, 인연에 의해서 사물이 생기하는 것을 '연기(緣起)'라고 하며, 발생한 결과를 포함해서 '인과'라고도 한다.

인연, 연기, 인과는 불교 교리의 가장 근본적인 사고방식인데, 반드시 인(因)에서 과(果)로 가는 시간적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동시적인 상호 의존관계, 조건도 의미하고 있다. 인연은 본래의 의미에서 더욱 확대되어서 유래, 내력이나 사물의 도리의 의미로 이용되는데, 인연을 ‘트집’의 의미로 이용하거나 ‘연기가 나쁘다’ 라는 표현 방법은 본래의 의미에서는 멀어진 뜻이다.

‘법정스님’의 글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에 보면 이런 글귀가 나온다. “진심 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 그의 거짓 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 쉽게 잊어버리는 / 쉽게 포기하는 /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곱씹어볼수록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글귀다. 예컨대 인연의 무거움을 잘 표현하는 내용이다. 인연의 깊음을 새기면서 살아야 하는 온전한 이유다.

세간에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다루는 책은 참 많다. 필자는 오늘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인 수필집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특유의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하여 남녀노소 모두에게 고른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이자 수필가, 2007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남아 여전히 대중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는 ‘금아(琴兒)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애틋한 가슴저림으로 만났던 수필 ‘인연’을 필두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하는 ‘플루트 플레이어’ 등 주옥같은 명수필 80여 편을 모아 엮었다. ‘아사코와의 이야기’ 부터, ‘수필은 청자연적이다’로 이어지고,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같이 걷고 싶다’로 종결되는 마지막 장까지… 단아하고 정결한 문체의 수필 80여 편 중 단 한 편이라도 읽어본 후에 감동을 느끼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

수필가 피천득의 대표적인 색깔은 맑고 고운 비둘기 빛이다. 소년같은 진솔한 마음과 꽃같이 순수한 감성과, 성직자같은 고결한 인품과 해탈자같은 청결한 무욕(無慾)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새록새록 솟아올라 우리의 마음을 물들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단언컨대 그의 수필은 백 마디 천 마디로 표현해야 할 것을, 될 수 있는 대로 적은 수표의 언어 안에 함축시키는 절제가 돋보인다. 그리움을 넘어서 슬픔과 애닯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피천득의 미문(美文)은 언제, 어느 때 읽어도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친구와의 인연을 아름답게 그린 ‘우정’에 나오는 내용이 생각나서 우선 추천해본다. “우정의 비극은 인연이 아니다. 죽음도 아니다. 우정의 비극은 불신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데서 비극은 온다. 마음 놓이는 친구가 없는 것같이 불행한 일은 없다. 늙어서는 더욱 그렇다. 나에게는 수십 년 간 사귀어온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하나 둘 세상을 떠나 그 수가 줄어간다. 친구는 나의 일부분이다. 나 자신이 줄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가슴 에이는 떨림인가? 깊어가는 이 가을밤에 인연의 소중함을 갈무리하기 위한 방점으로 꼭 기회를 만들어 가까이 해보길 권하는 바이다.

모처럼 책을 추천하는 김에 한 권을 더 보자.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중에 ‘유성의 인연’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2008년 일본 드라마 시청율 1위에 오른 같은 제목의 드라마 ‘유성의 인연’의 원작소설이다. 끔찍한 강도 살인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은 세 남매가 별똥별 아래 맹세한 인연의 끈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부모님을 죽인 범인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양식당 ‘아리아케’의 어린 세 남매가 유성을 보기 위해 집을 몰래 빠져나간 밤, 비 때문에 유성을 보지 못하고 돌아온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참히 살해당한 부모님의 시체였다. 범인을 목격했다는 둘째 ‘다이스케’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아동보호시설로 가게 된 세 남매는 범인을 꼭 찾아내자는 약속 아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세 남매는 험난하고 비정한 세상에서 사기꾼으로 성장한다. 막내 ‘시즈나’의 미모를 이용해 사기를 치던 남매는 마지막 타깃으로 양식당 체인 ‘도가미 정’의 후계자 ‘유키나리’를 노린다. 그러나 유키나리의 아버지를 본 다이스케는 그가 부모님을 살해한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원조 도가미 정의 ‘하야시라이스’의 맛 역시 그 옛날 아리아케의 맛과 같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전개는 갈등을 품고 이어진다.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독자를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빙의나 의료 사고 등 녹록치 않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당대 첨예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다.

늘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 생생한 문장으로 매번 높은 평가를 받는 저력 있는 작가인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답게, 작품 중 19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독자들과 관객들을 만났다. 그는 일본 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지만, 유독 한국에서 그 명성과 실력에 맞는 인지도를 쌓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비밀’을 계기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스치고, 현명한 사람은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수시로 다가왔다 스러지는 인연의 윤회를 얼마나 소중한 필연으로 만드는가는 모두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진솔하고 담백한 마음으로 인연을 이어가자.

하늘이 맺어준 인연 중에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인연이 바로 부모와 자식간의 인연, 부부의 인연, 형제의 인연 등을 포함하는 가족이라는 이름이다. 이 인연으로 시작하여 이웃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바로 인연의 성장 계보다. 인연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처음의 인연을 잘 가꾸어 쌓아가는 노력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과제다.

어느 마을에 효성이 깊은 아들 둘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큰아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인 반면에 작은아들은 생활 형편이 좋지 못했다. 큰아들은 작은아들보다 잘 살았기 때문에 어머니께 좋은 음식과 좋은 옷에 관광까지 시켜드리며 편하게 모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머니는 작은아들의 집에 더 자주 머물렀다. 큰아들이 이유를 알 수 없어 물었다. “어머니, 우리 집은 음식이나 잠자리나 모든 면에서 편하실 텐데 왜 자꾸 불편하고 형편도 좋지 않은 동생 집에 머물려고 하시는 거예요?”

어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는 것은 너희 집이 낫지. 하지만 네 동생 집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단다.” 큰아들은 궁금하여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님, 그게 뭐죠?” 그러자 어머니는 큰아들에게 말했다. “네 동생은 매일 저녁 식사가 끝나면 내 방으로 와서 이 늙은 어미의 손과 다리를 주물러주면서 말동무를 해주거든.”

좋은 옷, 좋은 집, 좋은 음식은 당장 환심을 살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얻을 수는 없다. 언제나 마음을 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 따뜻한 관심이 해답이다. 진심에서 나오는 말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밝은 양심에서 나오는 말만이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다. 마찬가지로 진심이 담긴 자세로 사람을 대할 때에 비로소 이상적인 인연의 고리가 형성되어 가는 것이다.

어느 병원에 치료를 위해 온 두 명의 남자 환자가 있었다. 그 중 한 남자는 일을 하다 손가락 두 마디를 잃었다. 그런데 그가 병원에 올 때면 모든 직원이 비상에 걸린다. 얼굴에는 어찌나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가득한지, 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예민해졌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녀들은 어떻게 키워야 할지, 그리고 집이나 사회에서 자신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며, 그런 한탄 섞인 자조만 계속 말했다.

반면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크게 다친 다른 남자분은 재활치료를 해도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인데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그리고 치료를 할 때도 오히려 먼저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난 좀 빨리 된 것에 지나지 않아요.” 좌절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을 대하는 시선은 모두 다르다. 부정적인 시선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긍정적인 시선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사람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고난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렇게 인연의 싹은 자라난다. 또한 거기서 인연의 꽃은 피어난다. 그리고 마침내는 인연의 열매가 익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헤어지고 나서야 진정한 인연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된다. 확실히 비극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마땅한 위로마저 떠오르지 못할 때도 있다. 상담을 원하는 어떤 남성분의 고백이 필자를 눈물짓게 했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아내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나서야 아내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즐겨 입던 옷, 신발, 가방...

그리고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모든 사진까지 모두 없앴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서 모든 걸 잊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뿐인 세 살배기 딸을 위해서라도 저는 강한 아빠가 돼야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최근에 이사 갈 일이 생겨서 안방 가구를 들어냈는데... 예상치도 못한 물건이 하나 나왔습니다. 어? 이게 뭐지?

아내가 쓰던 조그마한 빗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몇 가닥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이 작은 빗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더는 흘릴 눈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빗을 보는 순간 억누르기만 했던 숱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만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별을 경험하곤 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헤어짐은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별은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렇게 눈물을 배우고, 아픔을 배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배운다.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케네디’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화다. 대통령이 로비를 지나다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바닥을 닦고 있는 청소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니, 청소하는 일이 그토록 즐겁습니까?” 그러자 청소부가 대통령에게 자신 있게 대답했다. “대통령님, 저는 평범한 청소부가 아닙니다.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다.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을 즐기고, 실패와 스트레스를 즐기며, 사명감을 가지고 자기 일을 그저 즐기는 사람... 이들을 이길 이는 어디에도 없다. 행복의 비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영원한 행복을 원하거든 주어지는 모든 인연들을 기꺼워하며 한껏 즐기면 된다. 그 인연들이 모아져 우리에게 삶의 행복과 평화를 주는 큰 디딤돌이 되어질 것이다.

장미꽃을 보면서 아름다운 장미에 하필 가시가 달려있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이런 험한 가시덩굴 속에서도 아름다운 장미가 피어났다고 감탄할 수도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한 공간 안에 존재한다. 행복과 불행은 한 장소에 살고 있다. 세상 모든 만물과 현상은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우리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변한다. 아름다운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꽃동네로 보이고, 불만스런 안경으로 세상을 보면 안개 자욱한 오염된 도시로 보이는 법이다.

세상은 전적으로 우리가 어떤 마음의 눈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녹슨 마음을 깨끗이 닦아보자. 밝은 생각,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아직도 인연은 참 멋진 일이고,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니까 말이다. 생각에 따라서 가시가 아프지도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가시밭 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험난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가시를 가지고 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 그 가시에 찔리기도 해서 아픔을 겪으며 성숙해져가는 것이다.

가시에 찔린 상처가 흉터가 되어 남아있기도 한다. 또 누구나 몇 개쯤의 가시를 가슴에 품고 있어 그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릴 것이다. 가시를 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불행한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가 절단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가시가 박힌 내 육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시가 없는 영혼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시는 그냥 두자. 건들면 더 아픈 것이다.

그것을 빼려 하면 할수록 더 아픔만 있는 것이다. 가시 박힌 가슴은 그냥 두고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아프지 않은 영혼을 바라보자. 영혼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면 가시가 찌르는 통증도 견딜 수 있으며 그리 아프지도 않을 것이다. 바람직한 인연이라면 아픈 가시의 상처까지도 아우르는 힘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 그리고 그 인연이 사랑을 품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기왕지사 가슴으로 받아 안아야 하는 인연이라면 그 속에 소중한 사랑을 담아보자.

모름지기 사랑은 깊은 우물을 닮아야 한다. 내 안의 물을 퍼내고 또 퍼내어 그의 갈증을 씻어주는 우물이어야 한다. 사랑은 함께이다. 그러나 그가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와 함께 하는 것이다. 함께를 통해 나는 점차 소멸되고 드디어 우리가 탄생한다. 또한 사랑은 실천이다. 그를 위해 몸을 움직이는 수고다. 나의 전 생애를 한 곳으로 모으는 노력이다. 생명을 걸고 쫒아야 할 헌신이다.

그리고 사랑은 그를 향한 깊고도 먼 눈길을 지녀야 한다.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더 깊이 마음에 품어두어야 한다. 사랑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려 애쓰지 말자. 이해되지 않는 부분 때문에 속상해 하지도 말자. 사랑은 이해보다 훨씬 윗 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그의 쪽으로 걸어간다는 뜻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그가 내 편으로 다가옴이다. 사랑을 이룬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는 뜻이다.

사랑은 다시 시작케 하는 힘이다. 지쳐 주저앉은 나를 일으키는 동력이다.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가능성이다. 사랑은 그 사람을 등에 업고 먼 길 가는 것이다. 지치고 고단해도 내려놓지 않은 채 뚜벅 뚜벅 아득히 먼 길을 걷고 또 걷는 것이다. 어제에 대한 집착이 오늘의 사랑을 초라하게 만든다. 어제와 오늘의 비교가 사랑을 무력하게 만든다. 어제는 오늘의 사랑을 이룩한 한 과정이었다. 오늘은 내일 더 사랑키 위한 또 다른 과정이다. 진정한 사랑은 내 자신을 태운다. 나를 태워 마침내 그를 따뜻하게 만든다. 그에게 온기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나는 아직 사랑 밖에서 서성이고 있는 셈이다. 아직 인연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내가 먼저 좋은 생각을 가져야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멋진 사람이라야 멋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을 품어야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비록 우연히 맺어진 인연이나마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오래오래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인연과 연분 속에서 더불어 사는 것이거늘, 잠시의 소홀로 연이 끊겨 후일 아쉬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인연의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다. 삶의 고리도 끊는 게 아니고 푸는 것이다. 어느날 젊은 며느리에게 포장이 몹시 꼼꼼하게 된 소포가 왔다. 가위를 찾아 포장된 끈을 자르려고 할 때 어머님이 말리셨다. “얘야, 끈은 자르는 게 아니라 푸는 거란다.” 며느리는 포장끈의 매듭을 푸느라 한동안 끙끙거리며, 가위로 자르면 편할 걸 별 걸 다 나무라신다고 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도 결국 매듭을 풀었다.

다 풀고나자 어머님의 말씀, “잘라 버렸으면 쓰레기가 됐을텐데, 예쁜 끈이니 나중에 다시 써먹을 수 있겠구나.” 라고 천진하게 웃으시더니 덧붙이셨다. “인연도 잘라내기 보다 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단다.” 혹시나 얽히고 설킨 삶의 매듭들이 있다면 하나, 하나 풀어 가자.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막힌 인연은 뚫고, 꼬인 인연은 풀어, 내일은 활짝 웃는 반가운 인연으로, 더 좋은 인연으로 수 놓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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