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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림삼초대시 '우리들의 억새'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림삼/칼럼니스트. 작가

특전사검은베레모 출신작가


- 詩作NOTE -

어느새 가을이 저물려 한다. 실은 예감하고 있었다. 가을이 워낙 짧은 계절이라 잠시 숨 돌리는 사이에 이미 멀어질 조짐 보일 것이라는 것 쯤. 그래도 그렇지.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기려 드는 거야? 이 야속하고도 매정한 가을아! 이렇게 수이 갈 걸 뭘 그리 애써서 오느라고 애는 썼던지. 유난스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올 여름과의 싸움에 승리하면서 개선장군처럼 소슬바람 데리고 입성한 게 불과 엊그제이거늘 하마 산자락에 살얼음을 얼리고 서있다니, 이거야 원!

아무튼 이제 우리의 올 가을은 서서히 작별의 몸짓을 연습하고 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정을 떼려고 그러는 건지 순식간에 무서리도 내리게 하고, 바람 속으로 송곳같은 겨울의 전령을 숨긴 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 이젠 미련을 버리자. 기왕지사 가는 가을 더는 잡지 말고 쿨하게, 시크하게 보내주자. 내년이면 또 올 것 뻔한데 이별이 길면 구차하니 먼저 등 돌리자. 그런 의미에서 얼른 옷장 속의 두터운 외투를 꺼내서 겨울 채비를 선포하자. 잘 가라, 가을아!

어차피 누구에게나 시간은, 계절은, 그리고 삶은 한 번 뿐인 것. 그 소중하고도 절절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이 계절의 길목에 서자. 미국의 화가이자 작가, ‘타샤 튜더(Tasha Tudor)’는

‘버몬트 주’의 산골 마을 농가에서 정원을 가꾸며 자급자족한 것으로 유명하다. 밤새 동화책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면서 모은 돈으로 56살이 되던 해에 버려진 농장 부지 30만 평을 사들인 게 그 시작이었다. 곧 60살이 되는 나이였지만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이후 10년 넘게 직접 땀 흘려 정원을 가꾸었고, 마침내 그 정원을 사람들에게 공개했을 때는 그녀의 나이 70살이었다.

온종일 직접 가꿔 만든 ‘타샤의 정원’, 또는 ‘비밀의 정원’으로 불리는 그곳을 그녀는 전 세계인과 나눌 수 있었다. 9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린 타샤 튜더는 노년의 삶에 대해 아주 간명한 조언을 남겼다. “스스로 삶을 즐기고,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모두 인생의 남은 날들을 향해 가고 있다. 40살에는 뛰고, 50살에는 활기차게 걷고, 60살에는 조심스럽게 살피고, 70살에는 숨이 차 한없이 느려지면서.

그러나 시간은 그와 반대로 살수록 점점 매우 빠르게 흐른다. 은퇴 후 20년 이상을 살게 된 지금, 최소 10만 시간 이상이 주어졌고 이 시간은 무언가를 시작하고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조급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좀 더 멀리 보고, 좀 더 길게 생각하는 습관을 터득해야 한다. 시간이 우리 편인 걸 스스로 깨달아 이웃해야 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세상의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이라는 선물을 골고루 나누어 공유하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하자. 이 가을이 가는 의미를 함께 배우면서 말이다.

조선 시대 한 의학 서적은 인체 내부와 정신질환을 다룬 ‘내경편(內景篇)’, 인체 외부와 외과적 질환을 다룬 ‘외형편(外形編)’, 구급, 부인과, 소아과 등을 다룬 ‘잡병편(雜病篇)’, 침, 뜸의 이론과 치료법을 다룬 ‘침구편(鍼灸篇)’, 1,291종의 약재를 다룬 ‘탕액편(湯液篇)’ 까지 총 다섯 가지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의학서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약물치료보다 마음의 다스림을 원칙으로 할 것. 둘째, 꼭 필요한 이론과 처방만 가려 모을 것. 셋째, 많은 백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국산 약명을 적을 것.

실제로 637종의 약재는 한자명과 한글명을 함께 기록하여 백성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의 활용도를 높이고, 병들기 전에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예방 중심의 새로운 의학 체계를 확립한 이 의학서는 바로 ‘동의보감’이다. 조선의 신의로 추앙받는 ‘구암 허준 선생’이, 반평생을 바치고 2년의 유배 생활 중 집필하여 1610년에 완성된 동의보감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체질과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 의학 체계를 담고 있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위대한 한의서인 동의보감은 2009년 7월, ‘세계기록유산’에 기록되고 2015년 5월, ‘대한민국 보물’에서 ‘대한민국 국보’로 승격되었다. 동의보감은 한의학에 문외한이라도 그 안에 담긴 지식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위대한 의학서적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지식의 가치보다 더 훌륭한 것이 담겨 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중국의 치료법이나, 알 수 없는 한자로 써진 약재의 이름에 힘겨워하는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다.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라는 숭고한 말을 소중히 담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지금의 의사는 오직 사람의 병만 다스리고 마음은 고칠 줄 모르니 이는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 쫓는 격이며, 그 근원은 캐지 않고 말류만 손질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동의보감에 쓰여 있다. 새삼 이 의미를 되새기는 까닭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간의 진실을 되돌아보자는 뜻에서다. 예컨대 시간이 가는 참 뜻은 부단히 노력하고 깨우치라는 순리의 게시라는 것이다.

1932년 4월 24일, ‘동아일보’에 한 여인의 부고 기사가 실렸다. ‘최영숙 씨. 지난 23일 자택에서 별세.’ 최영숙(1906~1932)은 서대문 밖 작은 점포에서 배추, 감자, 콩나물을 팔던 소시민이었는데 왜 일간신문에서 부고 기사까지 냈을까?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난 그녀는 ‘이화학당’을 졸업한 뒤 중국 ‘난징’에서 4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였다. 이후 스웨덴 여성학자 ‘엘렌 케이’에 매료돼 1926년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으로 혈혈단신 유학을 떠난다.

‘동양인 최초 스웨덴 여성 유학생’이자 ‘조선인 최초 여성 경제학사’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스웨덴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던 인재로 당당하게 고국으로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아직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려웠던 시대, 더구나 1920년대 말 불어 닥친 경제 대공황 속에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먹고사는 일마저도 힘들어진 그녀는 ‘여성 소비조합’을 인수해 매장을 열어 콩나물 등을 팔며 학생을 위한 교과서 ‘공민독본’을 편찬하느라 동분서주하다 영양실조와 임신중독증으로 2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남녀평등권이 실현된 그들의 생활. 여성들이 행복하고 자유스러운 사회활동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틈만 나면 그리워하던 서양의 사회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최영숙은 탄식했다고 한다. 그 어느 때 보다 뛰어나 인재의 노력이 절실했던 시기에 그녀가 이루지 못한 무한한 일들을 펼치지 못해 안타까움이 더 커진다.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대의(大義)를 위하여 기꺼이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벌벌 떨게 하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보다도 강하다.” 이는 ‘톨스토이’의 말이다.

마음을 혼란시키는 내적 갈등의 대부분은 인생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과 지금과는 다른 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인생이 항상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러한 경우는 무척 드문 게 현실이다. 인생이 어떠해야 한다고 미리 결정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기회와는 점점 멀어진다. 게다가 위대한 깨달음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현실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조차 가로막는다.

아이들의 불평이나 배우자의 반대 의견에 부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들이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상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마음을 여는 법을 터득한 사람에게는 자신을 괴롭혔던 많은 문제들이 더 이상 골치 아픈 존재가 아닌 것이다. 마음의 눈이 더욱 깊고 투명해진다. 인생은 전투가 될 수도, 혹은 자신이 공 노릇을 하는 탁구 시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순간에 충실하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만족한다면 따뜻하고 평화로운 감정이 찾아들기 시작할 것이다. 보여지는 그 자체 그대로 아무런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만큼 진실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애써 잘 보이려고 꾸미다 보면 도리어 낙심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기도 한다.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조금 어설프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 마음으로 전할 수 있다면 그게 진실된 것이 아닐까? 진실한 것 만큼 열린 마음은 더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많은 치장은 상대에게 거부감을 더할 뿐 마음을 열지 못할 것이니까 말이다.

배우는 마음은 언제나 겸손한 마음, 그리고 늘 비어있는 마음이다. 무엇이나 채워 넣으려고 애쓰는 마음이다. 배움에 몰두하는 시절은 언제나 희망에 차고 싱싱하기만 하다. 그런데 배움을 박차버린 시간부터 초조와 불안과 적막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러나 글을 배운다고 그것이 인생을 배우는 것은 아니며, 학문을 안다고 그것이 인생을 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배움의 소재라는 것은 학교에서 하는 교과서에 있거나 도서관에 쌓인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그렇다, 필자가 인생에 눈을 뜨고 인생의 온갖 속절을 알게된 것은 이 고된 인생길을 걸으면서였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나와 함께 길을 가는데 그 두 사람이 나의 스승이라, 착한 사람에게서는 그 착함을 배우고, 악한 사람에게는 악함을 보고 자기의 잘못된 성품을 찾아 뉘우칠 기회를 삼으니 착하고 악한 사람이 모두 내 스승이다.” 라고 했다. 배우는 마음을 가졌을 때 모든 환경이 배움의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학도의 마음을 가져야 되겠다. 보려고만 애쓰는 어리석음을 가졌던 필자의 지난 날이 몹시 후회된다. 인생을 배워 끝없이 깊은 인생을 알아도 언제나 모자라는 것인데, 우리는 묵묵히 머리를 숙이고 배우는 인생을 살아보아야 하겠다. 배우는 마음은 주체가 확립된 마음이어야 한다. 즉 자기 인생을 올바르게 세우고 사는 마음이다. 설 자리에 아직도 서지 못하고 자기 위치를 바로 정해 있지 못하고서야 어찌 제대로 사는 것이라 할까?

사실 배운다는 것처럼 위대한 일은 없다. 익은 곡식은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정말 인생을 바로 배우는 사람은 머리를 숙이고 겸손과 자기 심화로서 참된 자기를 키우며 사는 사람이다. 한 평생 배우고 살자. 그리고 바로 배우고 우리의 인생을 키워가자고 이렇게 홀로 다짐해 본다. 비록 일단은 가버리면 한동안은 다시 오지 않을 가을이 언제나 그리운 사람처럼 그리운 계절로 우리의 마음을 서늘하게 물들일 지 모르겠지만, 기다림의 끝에는 언제나 또 다른 소망의 날이 온다는 윤회의 법칙을 아는 우리는 이미 성인이 아닌가?

필자는 몸이 썩 건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로 인해 누구보다도 건강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가족은 물론 친구의 건강을 위해 항상 기도한다. 필자는 가진 재물이 없다. 그래도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다. 가난함은 노력하면 부유함이 되지만, 부자는 언제나 부자이거나 가난한 자가 될 것이다. 필자는 가진 지식도 별로 없다. 학력이나 특출한 자격증도 지니지 못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지식보단 지혜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지혜를 위해 지식도 쌓아갈 것이다. 필자의 약함이 필자에겐 약이 된다.

삶의 완벽함이란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부족함이나 모자람이 있기 마련이다. 부족함이나 모자람은 채워나갈 여지가 있는 것이다. 메울 공간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목표가 되고 희망이 되고 꿈이 되어진다. 또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타인을 헤아리는 배려를 배우기도 하고, 함께 하여 채워가는 협동을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적인 심성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하자. 자신의 약한 부분은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자신의 약한 부분은 열등감이 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스스로를 키워나가는 빛나는 십자가가 된다고 말이다. 어떤 기차의 차장이 승객의 표를 조사하고 있었다. “당신은 기차를 잘못 타셨습니다. 다음 역에서 내려서 갈아타십시오.” 하고 말한다. 그런데 차표 검사를 해 나갈수록 잘못 탄 손님이 점점 늘어갔다. 차 안이 온통 수라장이 되었을 때 손님 한 사람이 차장에게 “차장님, 실례지만 혹시 차장님께서 기차를 잘못 타신 것 아닙니까?” 하고 정중히 물었다.

알고 보니 차장 자신이 기차를 바꿔 탄 것이다. 우리도 이 차장처럼 자신이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내 멋대로 판단하고 지적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누구인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먼저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 자신의 목표와 목적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잘 선택했는지,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모든 사람과 함께하는 길인지를 말이다.

참 이상 하다. 분명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때로 대화 소통에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고 대화 중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다. 상식!! 보통의 사람들이 갖는 가장 보편적인 생각이다. 상식이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면 함께 있는다는 것 자체가 참 편치를 않다. 나이를 먹으면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할 것 같고, 좀 더 폭 넓은 이해력과 그리고 판단에 융통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러기가 쉽지를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오랜 시간 가져 온 고정 관념과 습성 탓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점점 더 다양한 집단 속에 어우러진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나 보다. 최근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필자의 울타리를 더 넓히려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여 봐야 한다는... 설사 필자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라도 그 생각이 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면 그것이 보편의 상식일 것이고, 그 상식을 따라가는 것이 어울림의 기초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사회인이다 보니 어울림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면서 살게 되지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문득 문득 자신의 미숙함을 바라보게 된다. 때로는 깜짝 깜짝 놀라면서. 당신은 어떤 향기를 갖고 있나? 당신이 갖고 있는 향기가 사람들에게 따스한 마음이 배어나오게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향기가 있다. 그 향기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자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그윽한 장미의 향기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향기를 뿜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감추려고 또는 자신의 몸을 향기롭게 하려고 향수를 뿌린다. 우리는 절망과 고통의 밤에 비로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한다. 베개에 눈물을 적셔본 사람만이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당신은 영혼의 향기가 고난 중에 발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당신의 향기도 참 그윽하고 따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이런 향기를 맡게 하는 당신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어여쁜 꽃이라도 전혀 향기가 없는 것도 있고, 아주 미워 쳐다도 안보는 꽃이지만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는 것도 있다. 하찮고 보잘것 없는 것들이지만 나름대로 소중하고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들만이 간직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리라. 우리들도 개개인 나름대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내면의 향기가 있을 것이다. 단지 그 향기를 얼마나 품어내고 풍기냐에 따라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게 될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담아낼 수 있는 향기를 지닐 수 있는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큰 것만이, 이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값지고 소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며칠 후에는 가을의 잔재마저 눈 앞에서 사그러들 것이다. 그러나 가을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간 진실의 향기는 오래도록 우리들의 코끝에서 멋진 향수의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바라건대 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자. 다시 올 가을을 기다리기에 부끄러움 없도록 진솔한 삶의 자세로 서로 사랑하자고...

온통 퍼렇게 하늘 물들인

억새의 슬픔을 바라본다.

바람의 탓도

계절의 탓도 아니고

누구라는, 혹은 무엇이라는

그것만으로의 슬픔을

산 아래부터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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