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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림삼초대시 '나의 그 밤'

숱한 그 밤들이 무르익어 계절의 한 켠에서 켜켜이 나이 먹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12월이다. 그리고 시방은 분명 겨울이다.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 詩作NOTE -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벌써 마지막 한 장이 달랑 남겨졌다. 하마 12월이라는 말인가? 새 해 들어서 다짐하던 것들이 하 많아서 차례로 하나씩 이루리라고 작심했었는데, 돌아본즉 제대로 갈무리한 건 단 한 자락도 없이 세월만 잡아먹었다. 후회와 미련의 날들만 채곡이 쌓여 한숨으로 저물어가는 한 해다. 이제 어쩌란 말인가? 반성한다고 되돌릴 수 없음이며, 회한으로 붙잡는다고 남아나지 않을 가버린 날들이, 늘어난 주름살 깊이 박혀들고 있는 아침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철푸덕 주저앉아 엉절거릴 수만은 없다. 비록 제대로 알차게 메꾸지 못한 한 해의 살이였지만 삶의 날들이 아예 끝나는 건 아니니, 일단은 남은 날들에는 조금이라도 실팍한 제목을 만들어 살아보고, 목하 다시 밝아올 새 해를 대비해서 단단한 각오와 다짐의 채비를 갖추어야 할 때다. 어언 황혼이 멀지 않은 삶의 단계, 앞으로 새 해라고 하는 상큼한 맛의 햇살을 얼마나 더 반겨맞을 수 있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노릇이니, 한 해 한 해를 마지막이라고 여기며 최선을 다해 알차게 메꾸어 나가야겠다.

필자가 살아온 숱한 날들과 그만큼의 밤들, 무수한 사연들과 줄거리들을 품고 있는 삶의 일기장에 써놓은 긴 넉두리가 결코 헛되게 사그러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조바심이 혼미해져가던 정신줄에 긴장을 심어준다. 자! 어차피 오늘은 내게 열리는 내 삶의 첫날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연륜은 아무 필요가 없다. 새로 시작하는 새 길을 걷는 거니까 말이다. 정신 차리고 생소한 삶의 새 날을 열어제끼자. 도전과 창조의 기운으로 힘차게, 힘을 내서 활짝 열어보자.

세계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는 ‘오리아나 팔라치’이다. ‘헨리 키신저’, ‘빌리 브란트’, ‘무아마르 알 카다피’, ‘야세르 아라파트’, ‘인디라 간디’, ‘구엔 반 티우’, ‘골다 메이어’, ‘덩샤오핑’, ‘줄피카르 알리 부토’, 이란의 ‘팔레비 국왕’과 그의 최대 정적 ‘아야톨라 호메이니’ 등 수많은 권력자의 잘못을 직설적으로 파헤치는 인터뷰로 유명한 기자다. 1929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깨달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의 가치를 평생의 신념으로 삼아왔다.

그녀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으로부터 ‘베트남 전쟁은 어리석은 전쟁이었다.’라고 자백하게끔 하여 그가 평생을 두고 오리아나 팔라치와 인터뷰한 것을 후회하게 한 것을 비롯해, 이슬람 원리주의자이자 이란의 최고 지도자 호메이니 앞에서 차도르를 벗어 찢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성공했다. 그리고 중국의 덩샤오핑이 오리아나 팔라치의 인터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뺨을 때리겠다고 하자, 그녀는 뺨을 때리는 즉시 기사로 쓰겠다고 대꾸한 일도 있었다.

멕시코 반정부 시위에서는 민간인을 향해 발포하는 정부군의 총에 맞아서 상처를 입기도 했는데 병원에서 멕시코 정부의 잔혹한 폭력에 관한 기사를 정리하는 그녀에게, 멕시코 경찰이 그녀의 기사를 막기 위해 찾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당당히 말했다. “내 입을 막으려면, 내 혀를 잘라야 할 겁니다.” 그녀의 독특한 인터뷰 스타일은 ‘컬럼비아 대학’에 ‘팔라치 스타일 인터뷰’라는 과목이 생길 정도로 유명했다.

강한 자에게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을, 사람들은 영웅으로 추대한다. 오리아나 팔라치가 상대했던 이들은 세계 최강의 권력을 가진 강자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앞에서 그들의 잘못을 말할 수 있는 그녀는 어쩌면 영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들보다 더 굉장한 영웅일지도 모른다. 인생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단호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한 해의 마무리 앞에서 자신감을 내비치지 못하고 쭈뼛거리고는 있지만, 최소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진리와 진실을 향한 용기와 도전의식은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남에게 베푸는 일에 인색하고, 괜한 일에 트집 잡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남자가 길을 걷다가, 뜰에 과수 묘목을 심고 있는 노인을 보고 말을 걸었다. “어르신. 그 나무가 자라서 과일이 열리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노인은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했다. “빨라도 30년 정도 걸리지요.” 그러자 남자가 노인을 비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됩니까? 그때까지 어르신이 살아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노인은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내 나이가 벌써 80을 넘겼으니 아마도 어렵겠지요.”

그러자 남자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먹지도 못할 과일나무를 왜 애써서 심는 겁니까? 아무 쓸모없는 일에 왜 힘을 쓰는 건지...” 노인은 잠시 일손을 놓고, 남자에게 또렷하게 말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과수원에는 온갖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지요. 그 나무를 누가 심어 놓았을까요?” 노인은 다시 남자에게 말했다. “바로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였단 말이오. 그분들이 자손들을 위하여 과일나무를 심어 놓았고, 나도 그분들처럼 우리 후손들을 위한 일인데 쓸모없는 일이라니요?”

남자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눈앞만 살피는 어리석은 마음보다는 우리 후손들에게 전하는 행복한 선물을 남겨보자.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마음과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고 한 ‘스피노자’의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 말과 자신의 생각이나 실천의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인지하지 못할 따름이다. 어쩌면 오늘 자신의 행동이 쓸 데 없는 헛 일이라고 속단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가치나 의미는 오랜 시간을 두고 평가되며 인정되는 것이다.

한 살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온 ‘잠롱 스리무앙’은 1985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초대 ‘방콕 민선 시장’으로 당선된다. 군인 장성 출신인 그는 이후 재선에도 압승하여 두 번에 걸친 임기 동안 방콕 시장으로 활약한다. 시장으로 일한 8년의 세월 동안 잠롱 스리무앙은 ‘나이시안(깨끗한 남자), 미스터 클린(Mr. Clean)’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당시 태국은 크고 작은 부정부패가 많았는데 사소한 민원처리에도 뇌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익숙해져 있을 지경이었다.

이러한 부정부패 척결에 성공한 잠롱 스리무앙에게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다른 위정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정치적 사회적으로 공격하려는 모든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잠롱 스리무앙은 월급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였고 본인은 허름한 평복을 즐겨 입고 다녔으며, 허술한 피복공장의 폐품 창고에 세 들어 살았다. 또한, 20년 전의 낡은 옷장을 그대로 쓰는가 하면 중학교 때 쓰던 책상을 사용하고 있었다. 청백리의 대명사라 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었다.

세상에서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르게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 역시 잘못이 없고 바르지 않다면 그 가르침은 모두 헛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 든 티는 보면서 제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부정적인 생각의 꼬리를 물고 있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그리면서 바쁘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하여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더 훌륭한 사람이다.

근심과 희망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근심은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고, 희망은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한 기대다. 우리는 가끔 과거의 근심에 휩싸이던 때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 바들바들 떨 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가 근심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흔히 하는 말처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내가 근심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고, 내 힘으로 좌우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근심으로 낭비할 시간에 사력을 다해 희망을 갖고 뛰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희망을 위해서 지금도 최선을 다하자고 자기 설득을 하는 거다. 이제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관점을 근심으로 둘 것인지? 희망으로 둘 것인지? 어떤 이들은 “내일이 없다는 듯이 살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내일을 기다리며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래야 소망이 높아지고 오늘 쌓는 작은 노력들이 더욱 소중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냥 이대로가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삶 속에는 지금 보다 훨씬 더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인생에는 한 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삶의 한 때를 통해서 보는 나 자신보다 평생을 통해 보게 될 내 모습이 더 귀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속히 과일을 따서 빨리 익혀 먹자.”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과일을 나무에서 익히기 위한 가을 햇살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멈추지 말고 쉼 없이 달려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삶에 대한 순결의 긴장은 늦추지 않겠지만 생활 속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며 충분한 휴식으로 활기찬 생활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없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의 소망과 확신이니, 이런 마음만 준비되면 시간은 언제라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듯이 필자의 마음도 날마다 깨끗하게 씻어 진실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면 좋겠다. 집을 나설 때 머리를 빗고 옷매무새를 살피듯이 사람 앞에 설 때마다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추스려 단정한 마음가짐이 되면 좋겠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치료를 하듯이 필자의 마음도 아프면 누군가에게 그대로 내 보이고 빨리 나아지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을 이해하고 마음에 새기듯이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그의 삶을 이해하고 마음에 깊이 간직하는 필자가 되면 좋겠다.

위험한 곳에 가면 몸을 낮추고 더욱 조심하듯이 어려움이 닥치면 더욱 겸손해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필자가 되면 좋겠다. 어린 아이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듯이 필자의 마음도 순결과 순수를 만나면 절로 기쁨이 솟아나 행복해지면 좋겠다. 날이 어두워지면 불을 켜듯이 마음의 방에 어둠이 찾아 들면 얼른 불을 밝히고 가까운 곳의 희망부터 하나하나 찾아내면 좋겠다.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12월의 단상을 조용히 진솔하게 묵상하며 이를 계기로 하여 더욱 새롭게 거듭나는 필자의 인격이 되면 참 좋겠다.

눈이 색깔을 좋아하고, 귀가 소리를 좋아하고, 입이 맛을 좋아하고, 마음이 이익을 좋아하고, 신체, 피부, 근육은 상쾌함을 좋아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기능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먼저 취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생각은 과연 어떤 것을 좋아할까? 사람은 오래오래 생각한 것을 닮아간다고 한다. 오랫동안 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침내 그 모습을 닮아가고, 오랫동안 공부를 한 사람은 학자의 모습을 닮아가고, 둔한 생각만 한 사람은 수전노의 생각을 닮아가고, 오랫동안 꿈을 꾸는 사람은 어린 왕자 같은 모습이 되고, 그렇게 마음에 오래오래 담아두고 있으면 마침내 그걸 닮아간다는 사실, 참 신기하다.

이제 오늘부터의 삶은 어차피 새로 시작하는 삶이니, 다시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에서는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지금까지보다는 좀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필자는 시간시간을,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의 일원이 되리라. 아! 필자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삶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러한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 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그러고보니 필자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 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다. 이제는 인생을 다시 살게 될 터이니, 이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초봄부터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그렇게 올 한 해의 끝에 다시 이어지는 새 해의 삶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로 살아가리라. 누구에게도 낯설지 않은 보통 사람이 되어 그들과 함께 호흡하리라.

아무리 부자라도 미소가 필요 없는 사람은 없고, 아무리 가난해도 미소조차 짓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 미소는 집안에 행복을 남게 하고, 일 가운데 지탱이 되어주고, 모든 고통의 치료제가 된다. 미소는 피로를 풀어주고, 실망한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슬퍼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준다. 미소는 사거나 빌리거나 훔칠 수 없다. 미소 짓는 그 순간에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더 많이 활짝 미소 짓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자신의 마음 속에 담아둔 것, 그걸 한 번 꺼내본다면 그건 뭘까?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돈일까? 사랑일까? 명예일까? 성공일까? 뭔가를 오래오래 생각하면 그 모습이 된다는 사실, 어쩌면 참 두려운 사실인지도 모른다.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도 일종의 선택일텐데, 당신은 어떤 것을 시선에 담는 중인가? 어떤 것을 귀에 담고 어떤 것을 마음에 담는 중인가? 생각한대로 닮는다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알게 모르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중이다.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약간 좋지 못했는데 몸살기운이 오더니, 주말이 되면서 몸과 맘이 덜컥 고장이 났다. 무조건 푸욱 쉬어야겠다. 마음 먹은대로 될 지는 모르겠지만. 환절기만 되면 어김 없이 찾아오는 감기, 이 부실한 몸뚱아리는 용케도 계절을 알아 버릇처럼 통과의례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젠 가을을 아주 보내야 하는 마지막 가을비로 마음의 아침을 열게 되는 것 같다. 움추릴 시간들의 뒤로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새 봄을 기약하는 작은 나무들처럼, 비록 쌀쌀한 삭풍의 기운이 누리를 덮어도 우리의 어깨 활짝 펴고 상쾌한 아침의 기상을 머금어야 할 것이다.

창가에 드리워지는 겨울 기운과 싸아한 겨울 내음, 이제 그조차도 하나 둘 반기며 맞이해야겠다. 겨울로 넘어가는 일들이 모두 작게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작은 일들이 쌓여서 종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계절이 돌고 도는 사이로,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는 사이로, 우리네 삶의 이야기들이 순서대로 탑쌓아가는 진리를 조용히 음미한다. 숱한 그 밤들이 무르익어 계절의 한 켠에서 켜켜이 나이 먹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12월이다. 그리고 시방은 분명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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