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1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림삼 초대석 '실루엣'

미래지향적인 실루엣을 설정해놓고 축복과 소망을 모두어 사랑으로 장식해가는 삶이다.



/ 림 삼  칼럼니스트 . 시인



- 詩作note -

이즈막에는 하루씩 하루씩 시간이 흘러가는 게 보인다. 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계절이 변화해가는 모습이, 세월이 나이 먹어가는 모양이, 뭉턱뭉턱 흡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높아진 하늘이, 펼쳐진 누리가, 멀리서 지켜보는 대자연의 얼굴이, 하나같이 어제와는 색깔을 달리 하면서 손짓하고 있다. 목하 곁으로 봄이 다다랐다. 안팎으로 봄의 입김이 가득하다. 이젠 훌훌 벗어부치고 밖으로 나설 때다.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에 봄의 활기를 한껏 채울 때다. 우중충하던 일기장을 신선하고 맑은 활력으로 가득 메꾸기 시작할 때다.

겨울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 봄의 실루엣으로 일상의 제목을 바꾸어 달자. 어제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내일의 소망으로 하루의 이름을 색칠해가자. 우리에게 다시 봄이 이만큼 찾아주었다. 비록 어수선하고 흠 많은 군상들의 사연을 잔뜩 머금고, 우리네 눈과 귀를 비참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지천에 널렸지만, 그래도 우리의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와 속삭인다. 다 지나갈 거라고, 모두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거라고...

‘실루엣(silhouette)’은 ‘창문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 또는 불빛에 비친 물체의 그림자’를 가리킨다. 18세기 무렵에는 검은 종이를 가위로 잘라 엷은 색 대지(臺紙) 위에 붙인 옆모습의 초상화를 일컬었다. 이 이름의 기원을 살펴보니 이런 종류의 초상화는 값이 쌌던 관계로 당시의 프랑스 재무장관이며 유난히 절약을 강조했던, 인색하기로 유명한 ‘에티엔 드 실루엣(Étienne de Silhouette, 1709~1767)’이 이런 초상화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 후 이것은 모든 사물의 외곽선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고, 현재는 인물 또는 사물의 외관을 대충 나타낸 그림을 가리키게 되었다. 특히 복식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에는 복장의 세부적인 부분의 디자인을 제외한 윤곽 또는 외형을 말한다. 남성패션에 비해 여성패션에서 실루엣의 변천이 뚜렷하며 종류도 다양하다. 이 용어가 문학 쪽으로 넘어오면서, 직접 보여지지 않는 내면의 어떤 상황, 미지의 세계를 표현하는 은유적 묘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한 층 더 활발한 범주를 개척하여 독특한 예술세계로 그 영역을 확대하는 성공적 변화를 이루었다.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에서 아름다운 금발 미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하얀색 홀터넥 원피스에 슬링백 샌들을 신고 지하철 통풍구 위에 서있는 장면은 유명하다. 액션 영화에서 인상적인 실루엣을 남긴 작품인, ‘매트릭스(The Matrix)’의 의상은 2199년 미래 가상 현실의 의복을 표현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슬림한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다.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은 꽤 유명하다. 이 때 그의 몸짓에 의해 나부끼는 코트 자락의 실루엣은 이 액션 장면을 아주 매력적이고 특별하게 만드는 압권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실루엣은 시대를 표현한다. 이는 시대마다 신체 부위와 관계된 아름다움의 이상적인 기준이 확연히 달라서 의상의 실루엣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성 신체의 부위를 기준으로 풍만한 가슴을 선호하는 시대가 있었는가 하면 잘록한 허리가 최고의 미를 자랑하던 시대도 있었다. 엉덩이만 강조하던 시대도 있었다. 이로 인해 의복이 디자인되었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실루엣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영화들을 통해 대중의 유행을 선도하는 역할을 넉넉히 수행한 일등공신이 바로 실루엣이다.

실루엣이 필자의 시를 찾아와 주저앉은 건 이 시가 처음은 아니다. 현실의 상황이 만만치 않고 버거울 때, 또 다른 세계와 미지의 내일을 동경하는 염원이 형이상학적인 실루엣을 탄생시키면서 필자의 시세계를 소망이라는 제목으로 장식시키곤 했다. 그래서 사실 필자가 줄곧 묘사하게 된 실루엣은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시가 단연 연작시의 단초를 제공했다. 보헤미안의 삶을 마감하고 어딘가 모를 피안의 세계에서 안주하고픈 바램이, 따뜻하고 너른 품을 지닌 실루엣을 창조해냈다. 그림자와는 확연하게 다른 또 하나의 아바타를...

무릇 삶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것도 그냥 대충 행복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최고로, 그리고 영원히 행복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그 간절한 소망이 막연한 기대치에 의해서 성사여부가 판가름 나지는 않는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그리고 최고로 절실한, 현실의 모든 걸 걸고 도전하는 삶의 목표 끝에 작은 기적처럼 자리하는 반딧불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중하고 희귀한, 그러나 간절함 끝에는 반드시 나타나는 기적. 바로 그것이 행복의 맨얼굴이다.

어느 초등학생 소녀가 학교에 가자마자 담임선생님에게, 길에서 주워온 야생화를 내밀며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선생님은 꽃을 한참 보시더니 말했다. “미안해서 어떡하지?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 내일 알아보고 알려줄게.” 선생님의 말에 소녀는 깜짝 놀랐다. 선생님은 세상에 모르는 게 없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오늘 학교 가는 길에 주운 꽃인데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우리 학교 담임선생님도 모른다고 해서 놀랐어요.”

그런데 소녀는 오늘 두 번이나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믿었던 아빠도 꽃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소녀의 아빠는 식물학을 전공으로 대학에서 강의하시기 때문이다. 다음 날 학교에 간 소녀를 담임선생님이 불렀다. 그리고는 어제 질문한 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소녀는 아빠도 모르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시고 알려준 선생님이 역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그런데 사실은 어젯밤 소녀의 아빠가 선생님에게 전화하여 그 꽃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던 것이다.

아빠는 그 꽃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딸이 어린 마음에 선생님께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은 백 년의 약속이다. 백 년의 미래를 위해 백 년의 시간을 준비하는 길고 긴 과정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이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잘 연계되고 조화를 이루어 가정에서는 스승을 존경하도록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공경하도록 가르치면 이상적인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 교육은 머릿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나서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어줄 것이다.

코끼리는 더울 때 귀로 부채질을 하거나 목욕을 한다. 또는, 침을 잔뜩 괴었다가 코로 들이마신 후, 몸에 뿌리는 식으로 더위를 피하기도 하며,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을 찾아서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서서 지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치아 건강을 위해 보통 하루 세 번 양치질하듯이, 코끼리는 이빨을 튼튼하게 하려고 대나무를 즐겨 먹는다. 단단한 통 대나무를 으깬 다음, 코로 말아 올려 먹기도 하고, 그냥 입으로 우지직 씹어 먹기도 하면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까지 섭취한다.

아프리카 케냐 ‘엘곤산(Mount Elgon)’에는 코끼리 동굴이라 불리는 ‘키툼동굴’이 있다. 이곳의 토양은 일반 흙보다 칼슘과 나트륨 함량이 100~200배 많다고 한다. 지형이 매우 험난하여 사람들도 접근을 꺼리는 곳인데, 미네랄과 광물질이 풍부한 동굴 속 토양을 섭취하기 위해 코끼리들은 1년에 몇 차례씩 먼 거리를 걸어 이 험한 곳을 찾아오고 있다. 코끼리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것과 자연이 주는 것을 활용하여 모든 것을 극복하고 있다.

코끼리는 달콤한 야자 열매만 찾아다니지 않는다. 코끼리는 때로는 억센 대나무를 씹기도 하고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 멀고 험한 여정을 떠나기도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 중 하나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위해서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혹독한 야생에서 살아남는 그들만의 비결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달콤함에 안주하는 삶은 결국 파멸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게 된다. 때로는 힘들고 험한 일이 닥쳐와도 불굴의 의지로 그것을 이겨내는 결단과 노력이 있다면 결국은 성공에 이르게 된다.

자연이 어떻게 역경을 헤쳐 나가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새롭게 변모하며 적응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면, 우리는 그 진리를 배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복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일방적이지 않고, 치우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고 순리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그것, 물 흐르듯이 우리 삶을 진실의 여울로 인도하는 흐름이, 결국은 행복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캔버스 위에 연필이 아니라 명주실을 붙여 밑그림을 그리고 핀을 꽃아 구도를 잡는다. 이제 그 명주실과 핀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캔버스에 나무껍질을 붙여 나간다. 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느새 캔버스 위에 당당한 소나무가 그려져 있다. 화가 ‘박환(60)’씨는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애초에 촉망받는 화가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는 그의 시력과 함께 많은 것을 앗아갔다.

화가에게 눈은 무엇보다 소중한 신체지만 그는 시각장애 1급으로, 눈 앞을 비추는 전등 불빛도 보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절망한 그는 몇 번이나 생을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시력을 잃고 처음으로 그린 그림은 삐뚤삐뚤한 동그라미였다. 그래도 그는 계속 그렸다. 손끝의 감각만 이용해서 텅 빈 캔버스를 악착같이 채워가며 본인만의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2017년 1월,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대부분 관람객은 시각장애인이 그린 것을 모르고 왔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대단하다는 말을 하며 그를 붙잡고, 희망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딘 작업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했다. “예전에는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림으로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어요. 작업 내용도 행복과 희망에 관한 내용이죠.”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기 뜻을 이루는 사람은 언제나 존경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절망에 지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 그 희망을 나누어 줄 수도 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 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 이른바 행복이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감동과 환희로 이어질 수도 있고, 불평과 불만족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고 싶다면 우리는 모든 걸 행복하게 여겨야 한다.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행복을 생산해낸다.

학식과 덕을 겸비해서 널리 이름이 알려진 노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두 청년이 찾아와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다. 그러자 노인은 두 청년을 넓은 공터로 데려갔다. 노인은 두 청년에게 같은 넓이의 공터를 배분하고 말했다. “너희는 지금부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어떤 도구도 쓰지 않고, 오직 혼자서 자신의 손으로 주어진 공터의 잡초를 없애도록 해라. 반년 후 공터에 잡초가 더 적은 사람을 제자로 삼도록 하겠다.”

두 청년은 매일 같이 공터를 찾아가 잡초를 뽑았다. 하지만 아무리 잡초를 뽑고 또 뽑아도 잡초는 그 자리에 금세 다시 자라났다. 반년 후 노인과 함께, 잡초를 뽑은 한 청년의 공터를 찾아가니 미처 뽑지 못한 잡초가 굉장히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노인과 함께 다른 청년의 공터를 찾아갔다. 그런데 다른 청년이 관리하던 공터에는 잡초 대신 곡식 이삭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잡초 대신 곡식을 심은 청년은 말했다. “잡초는 너무 끈질겨서 아무리 뽑아도 빈 터가 있으면 다시 자라게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잡초가 자랄 빈 터를 남기지 않고 이로운 곡식으로 터를 채워버리면 잡초가 자랄 땅이 없어져 버립니다.”

마음에 잡초가 자랄 공간에 선한 생각을 심어보자. 그러면, 마음 속에 잡초는 사라져버릴 거다. 사방팔방 밝은 빛으로 가득한 곳에서는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행복의 마음으로 알알이 채워가는 삶의 밭에는 불평과 불만과 실패의 잡초가 자라날 틈이 없을 것이다.

중국 ‘후난TV’의 인기 프로그램인 ‘어메이징 댄스’는 아마추어 댄서들이 출연하여 경연하는 쇼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특별한 모녀가 있다. 12살 소녀 ‘지앙 좡 지이’는 발레복을 입고 무대에 앉아 발동작이나 걸음걸이 없이 상반신과 손동작만으로 아름답고 예쁜 춤을 추고 있었다. 지이의 등 뒤에 나타난 지이의 엄마도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이의 엄마가 지이의 몸을 들고 회전하며 춤을 추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그만 놀라고 말았다. 어린 지이는 허벅지 아래로 양 다리가 없었다.

지이는 6살 되는 해 교통사고로 양 다리를 잃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했지만 오히려 지이는 엄마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엄마. 내 다리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지이는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이는 매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발레 연습을 했고, 엄마도 딸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출연한 TV 프로그램 경연에서 모든 사람의 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지이는 아직도 발레리나가 되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시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가? ‘안 되는 건 결국 안 되지.’라며 시도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말을 12살 소녀가 보여줬다. 다리를 잃은 소녀도 발레리나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진심으로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약한 태도는 성격도 나약하게 만든다. 우리 삶의 질은 우리 스스로 빚어서 만든다. 우리 행복의 모양도 우리 자신의 마음으로 만들어간다.

신발 사러 가는 날에는 길에 보이는 건 모두 신발 뿐이다. 길 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 사람 전체는 안중에도 없다. 미장원을 다녀오면 모든 사람의 머리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그 외엔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런가 하면 그 반대 경우도 있다. 근처 도장방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갑자기 멍해진다. 어디서 본 듯도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바로 회사 앞에 있는 그 도장방을 아침저녁 지나다니면서도 도대체 기억 속에는 남아있질 않는 것이다. 마치 그 집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사실이 그렇다. 세상은 내 마음 끌리는 대로 있기 때문이다. 조화도 그게 가짜인 줄 알 때까진 진짜 꽃이다. 빌려온 가짜 진주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는 그걸 진짜로 갚으려고 평생을 고생한 ‘모파상’의 어느 여인의 이야기도 이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있다고 또 다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있는 게 다 보인다면 대뇌 중추는 너무 많은 자극의 홍수에 빠져 착란에 빠지게 될 거다. 그러기에 대뇌는 많은 자극 중에 몇 가지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선택의 기준은 그때그때의 대뇌의 튠(tune)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보여지고 느껴지는 그 모든 걸 다 받아들이게 된다면 필자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고로 세상은 공평하다. 신나게 기분 좋은 아침엔 날마다 다니는 출근길도 더 넓고 명랑해 보인다. 그래서 휘파람이라도 절로 나오는 튠이 될 땐 슬픈 것들은 아예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질 않는다. 그러기에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고 하지 않던가.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인다.

해변에 사는 사람에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저녁, 문득 바라다본 수평선에 저녁달이 뜨는 순간, 아! 그때서야 아름다운 바다의 신비에 취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만이 보이고, 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 우린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별이, 저녁놀이, 날이면 날마다 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버린다.

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며 살고 있다. 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며 살고 있다. 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 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원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렵게 보기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고 물론 쉬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 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 하고, 반이 찬 듯도 보인다. 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 그건 자신의 자유요 책임이다.

다만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바람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 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 세상은 보는 대로 있다. 어떻게 보느냐? 자신의 책임이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실루엣에 따라 자신의 삶의 운명이 결정된다.

지금 알게 된 사실에는 힘이 있다. 옛날에 알았던 사실이 변하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내일이면 바뀔지라도, 지금 알게 된 사실은 확실하다고 믿는 버릇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옛날에 알았던 사실을 오늘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과거와 미래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의 깨달음, 지혜, 희망은 오늘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흘러왔고, 미래로 가야 확인할 수 있다.

조용한 삶이란, 과거를 무시하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늘을 자랑하지 않는 삶이다. 아름다운 삶이란, 시간 앞에 겸손할 줄 아는 삶이다. 성공한 삶이란, 미래지향적인 실루엣을 설정해놓고 축복과 소망을 모두어 사랑으로 장식해가는 삶이다. 바라건대 우리의 삶이 언제든지 행복하기를, 언제까지나 행복하기를, 그래서 우리 모두의 삶이 항상 아름답고 더없이 찬란하기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앞에 빌어본다.





의정

더보기
음주의회 이제는 그만 엘로카드 제시 [today news] 강진군의회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제298회 임시회를 열었다. 2023회계연도 결산검사 위원으로는 유경숙, 김창주 의원, 전 강진군 공무원 5명을 포함, 7명의 위원이 선임됐다. 또한 이날 본회의 직후 상임위원회를 열어 강진군통합재정안정화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등 9건의 각종 안건을 심사했다. 이러한 중요한 일부개정조례안과 9건의 각종안건을 심사한 중요한 임시회였다. 의장과 한두의원을 배제시키고 어울어진 자리인지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오전회기를 마치자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 기관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반주까지 거나하게 마시고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오후 회기를 참석하는 기막힌 의원들의 작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업무의 일환으로 식사와 반주를 대접한 담당 공무원들은 떳떳한가를 묻고 있다. 의원들도 사람인지라 함깨 먹을 수 있고 공무원과 함께할 수 있다 그러나 회기 동안 공무원과 의원 신분인 공인 들인데 많은 사람들이 붉은 얼굴의 취한 의원들을 쉽게 의회 본 회의장에서 확인할수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거기에 참석한 공직자들을 무시한 처사요 더 나아가 의회로 보내준 군민들게 의원들의 책무와 책임 도덕성을 망각한

LIFE

더보기
최대집 후보, 목포 선거사무소 개소식 성황, “태블릿 특검으로 윤석열 조기퇴진 시키겠다” “당선 즉시 윤석열의 ‘최순실 태블릿’ 조작수사 문제에 대한 특검으로 정권교체 이룰 것” “호남불가론, 영남후보론에 실종된 호남대권후보 양성하는 데도 일익담당할 것” “목포를 중앙정치 복귀시켜 의료천국 목포, 신목포시 출범 등 지역공약 이행” 소나무당(‘송영길 신당’) 최대집 목포시 국회의원 후보가 23일 오후 2시, 전라남도 목포시 옥암동에 소재한 본인의 선거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노영희·변희재‧손혜원·권윤지·김도현·마화용 등 소나무당 비례후보들과 주요 당직자들이 총출동하고 내외빈 수백 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개회선언, 국민의례, 내빈소개 순으로 진행됐으며 나영진 전 목포MBC 초대 노조위원장에 이어 변희재·노영희·손혜원 등 소나무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차례로 축사를 했다. 이날 최 후보는 출마선언을 겸한 환영사를 통해 헌법 제46조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를 인용, “이번 선거는 지차제 선거가 아니라 나라를 위한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인 만큼 평생 나라를 위해 싸워온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최 후보는 “2017년부터 윤석열 검사의 증거조작 범죄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