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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초대시 "닮은 그대를'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삶을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림삼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 詩作NOTE -

12월이 시작되었다. 그러고보니 벌써 올 해의 마지막 달이다. 어느새 또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이다. ‘마무리’라는 말. 참 옹골차고 야무지다. 사전에 보면 ‘어떤 것을 끝내고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하는 일을 가리킨다. 일의 첫 시작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부분이며, 이걸 제대로 못해서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도 있다.’라고 길게 설명을 늘어놓고 있다. 마무리를 잘못하면 일 전체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심각한 상황을 강조한다. 은근히 겁이 난다.

제대로 이룬 것도 없이 지나친 한 해의 삶 살이가 은근히 켕기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마무리만 잘하면 그런대로 평타는 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심리가 솔솔 풍겨나기는 한다. 이 한 달의 삶의 질로 한 해의 참다운 삶의 성적표가 최종적으로 판결이 난다는데 어찌 소홀할 수 있겠는가? 실상은 작년이나, 3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크게 다를 것 없이 닮은 모습으로 종종걸음치면서 한 해를 마감한 셈이기는 하지만, 한결같이 올 해는 그래도 연초에 설정했던 목표나 각오의 결실의 반대급부로 뭔가를 이루면서 대미를 장식하자는 작심만큼은 보기에 제법 솔차다.

혹시 우리 삶 중에 올 해를 지우고나면, 다시 맞이할 연말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나름 골똘한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다가, 지금 올 해의 이 연말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가를 깨닫고는 소스라쳐 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렇게 어중간한 심사로 이 연말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 제대로 각오를 다잡지도 못한 채 마무리라는 단원의 막을 내릴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모두어진 염원이 행복과 평안이라면, 그걸 온전히 누리고야 말리라는 다부진 각오로 하루의 삶을 메꾸어 나가고 싶은 나날들이다.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결실을 맺는 삶을 빚어낼 수 있을까? 그저 열심히 산다는 피상적인 표면의 얼굴만으로는 힘들다. 그냥 휴식 없이 전진한다는 막연한 목적 의식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일사불란한 꿀벌들 중에도 5%는 따로 논다고 한다. 이런 벌을 ‘날라리 벌’이라고 하는데 입맛도 까다로워 혼자 멀리 날아가 별난 꽃을 찾는다고 한다. 언뜻 보면 무리의 단합을 방해하고 혼란을 야기하는 말썽꾼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가까운 꽃무리에서 더 이상 꿀을 찾지 못해 모두 굶주리고 있을 때, 날라리 벌이 찾아낸 멀리 있는 꽃이 나머지를 살린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한 번쯤 대열에서 벗어나 일탈해보는 건 어떨까? 날라리라고 손가락질 좀 받으면 어떤가? 그 일탈이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 모른다. 올 연말의 화두는 단연 ‘일탈’과 ‘수행’이다.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일탈이 아니라 변화를 통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탈이라면 그 어떤 균형이나 고정적인 안정보다 멋진 마무리의 새로운 형태는 아닐까? 더 아름답고 고아한 삶을 위한 수행은 격식이나 절차가 수반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아주 단순하고 작은 계기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수행의 걸음이 일탈의 다른 한 면일지도 모른다.

텅 빈 마음엔 한계가 없다. 참다운 성품은 텅 빈 곳에서 스스로 발현된다. 옛 성현들의 말처럼 산은 날 보고 산같이 살라 하고, 물은 날 보고 물같이 살라 한다. 빈 몸으로 왔으니 그에 어울리는 빈 마음으로 살라고 한다. 집착, 욕심, 아집, 증오 따위를 버리고 빈 그릇이 되어 살라고 한다. 그러면 그릇이 비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한다. 수행은 쉼이다. 이것은 내가 했고, 저것은 네가 안 했고,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항상 마음이 바빠서는 도무지 자유를 맛볼 수 없다.

내가 내 마음을 ‘이것’에 붙들어 매어놓고, ‘저것’에 고리를 걸어놓고 있는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항상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 또한 수행은 비움이다. 내가 한다, 내가 준다, 내가 갖는다 하는 생각, 또는 잘 해야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따위의 생각을 버리고, 한 마음이 되는 것이 수행이다. 어찌 보면 복잡하고 난해한 조건을 요구하는 듯 하지만 실천하기에 그리 어려울 건 없다. 그냥 살아가면 된다. 잘 살아가면 된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삶을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혹여 사는 데 힘만 들고 가슴은 시리도록 아픈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하루의 삶이 버겁고, 차라리 넘어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헛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는가? 그러나 지금 아픈 것은 아름다워지기 위함이다. 아름다운 종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려면 종이 더 아파야 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아플 때 우는 것은 삼류이고, 아플 때 참는 것은 이류이고, 아픔을 즐기는 것이 일류 인생이다.” 라고 말이다.

아픔을 극복하고 웃음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잔잔하고 고요로운 마음의 평정이 요구된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 중에 사람만 웃으면서 살아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웃음은 곧 행복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살기가 훨씬 좋아진 현대임에도 오히려 과거에 비해 요즘 사람들은 웃음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하루의 일상 중에서 좀더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힘차게 웃을 수 있다면 모든 일에도 능률이 오를 것이다.

유쾌한 웃음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건강과 행복의 상징이라고 한다. 여섯 살인 아이는 하루에 삼백 번을 웃는데, 정상적인 성인은 하루에 겨우 열일곱 번을 웃는다고 한다. 바로 웃음이 어쩌면 품격을 떨어뜨리고 가볍게 보일지 모른다는 그릇된 생각과, 체면을 차리려고 하는 헛된 자아의식 때문이다. 그러나 유쾌한 웃음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웃음은 좋은 화장이라고 하는 이유를 되새겨보자. 웃음보다 우리의 얼굴 모습을 밝게 해주는 화장품은 없다.

우리의 삶은 짧고도 짧다.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남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은 자신은 물론 남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오늘도 환한 웃음과 함께 좋은 하루를 보내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필경 웃음과 행복의 결실을 동반할 것이다. 한 때는 매인 데 없이 가벼워야만 기쁨이 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한 톨의 근심도 없는 잔잔한 평화가 기쁨이라고, 석류처럼 곱게 쪼개지는 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난 지금의 나는, 삶이 가져오는 무거운 것, 슬픈 것, 나를 힘겹게 하는 모욕과 오해 가운데서도 기쁨을 발견하여 보석처럼 갈고 닦는 지혜를 순간마다 새롭게 배운다. 내가 순해지고 작아져야 기쁨은 빛을 낸다는 것도 다시 배운다. 아무리 좋은 일도 때에 맞지 않으면 불안하고, 아무리 멋진 풍경도 마음이 다른 데 있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듯이, 내가 아닌 남의 삶을 살고 있으면 늘 불안하고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길을 찾으면,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아주 멋진 환희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게 되고, 행복과 기쁨도 이때 찾아오는 것이다. 자신의 길에서 기쁨이 솟아나 행복한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연말의 풍요로운 마무리를 기원하며 오늘 이렇게 기도하련다. “이웃에게 믿음을 주고, 이웃과 하나가 되는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게 하소서. 물질적 부자가 아닌 마음의 부자로 살아가게 하시고, 물질로 얻은 행복보다 사랑으로 다져진 참사랑으로 살게 하시고,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꽃피우게 하소서.” 

오늘도 필자는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아가려고 계획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친구와 동료를 사랑하고, 내가 속한 공동체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계획한다. 그렇게 오롯이 풍겨나오는 사랑의 향기로 더 멋진 연말의 마무리를 빚으려고 계획한다. 그리고 그 계획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련다. 올 해 연말은 어쩌면 내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연말이라고 기억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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