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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림삼의 초대 詩 '망각의 풍경"

굳건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만 주의해서 주변을 바라봐 주자


  림 삼 / 칼럼니스트. 작가

왕년에 검은베레모 특전사

- 詩作NOTE -

‘망각’을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크게 두 가지의 한자로 대표된다. 우선 ‘忘却 (forgetting)’이라고 쓰면 ‘전에 경험하였거나 학습한 것의 파악이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감퇴 및 상실되는 일’을 뜻하며, 다음으로 ‘妄覺’이라는 한자를 살펴보면 ‘기억에서 아주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필요한 경우 저장소에서 그 정보를 끄집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인출(retrieval)’이라 하며, 저장소에서 정보를 끄집어 낼 수 없으면 망각이라 한다. 이러한 망각은 생각의 실패가 아니라 인출의 실패를 말하는 것이다.

망각은 인출의 실패에 기인한다는 ‘에빙하우스(H. Ebbinghause)’는 사람의 기억률을 공식으로 산출했다. 예를 들면, 최초 15분만에 기억했지만, 24시간 뒤에 10분만에 기억된 것이라면 그때의 기억률은 33.3%라는 것이다. 그가 기억률의 시간적 경과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 그 유명한 ‘망각곡선’이다. 여기서 이해한 바와 같이 일단 한 번 기억하면 빨리 잊어버리지만,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잊는 정도가 완만해 진다. 작업 중의 연락과 정보는 오늘이나 내일의 행동에 관한 사항이 많다.

대단히 서둘러야 하는 작업정보도 있다. 30분이 경과되면 절반은 잊어버리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은 문서연락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빙하우스는 13개 ‘누의미 철자’의 목록을 학습하고 다양한 시간 간격 후에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는가를 측정했다. 20분 후에 단지 58%만을 기억하였고 한 시간 후엔 44%를 기억하였다. 처음에 심한 하강 후에 곡선은 완만했다. 하루 경과시 34%만을 기억했고, 이틀 경과시 28%를 기억했다. 일단의 그래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한달 후에는 21%를 기억하였다.

다른 각도로 보면 망각은 ‘인간을 약속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을 ‘니체’는 인간에게 부여된 역설적 과제이자, 인간에 관한 본래적인 문제로 이해한다. 약속할 수 있는 존재란 그 자신의 사고와 행위가 일정 정도 산정 가능한 존재다. 즉 그 자신의 사고와 행위를 예측할 수 있고, 그것들을 일정 정도 규칙적이며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존재다. 이런 존재가 되기 위해서 인간은 자신에게 있는 자연적인 힘, 즉 망각의 힘을 제거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사고와 행위를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니체는 망각을 인간의 자연적이고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저지장치로 이해한다. 인간은 본성상 망각하는 동물인 것이다. 망각은 결코 이성능력의 부족이나 타성력이 아니라, 삶에 필요하고 삶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그것이 의식 이전에 발생하는 욕구나 충동들의 모순과 대립의 과정들에 대한 정보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프로이트’가 ‘억압(Verdrängung)’이라는 단어로 말했던 것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을 밀어내어 정신적 질서와 안정을 찾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 장치에 의해 인간은 행복감과 건강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자연적이고도 동물적인 망각의 힘은 ‘의지의 기억’에 의해 제거된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약속할 수 있는 동물을 기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연이 스스로 인간에게 부여한 바로 그 역설적인 과제 자체가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인간에 관한 본래적인 문제가 아닐까? 망각이란 천박한 사람들이 믿고 있듯이 그렇게 단순한 타성력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일종의 능동적인, 엄밀한 의미에서의 적극적인 저지 능력이다. 이러한 망각이 필요한 동물에게 망각이라는 하나의 힘, 강건한 건강의 한 형식을 나타내지만, 이 동물은 이제 그 반대 능력, 즉 기억의 도움을 받아 특정 경우, 말하자면 약속해야 하는 경우에 망각을 제거하는 기억을 길렀던 것이다.”

‘아르헨티나’계 ‘브라질’ 과학자로 학습과 기억을 연구하여 ‘신경생물학’ 분야 선구자로 존경받는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Ivan Antonio Izquierdo)’가 지은 ‘망각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다. 그는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 뇌의 활동과 과정을 이해하는 데 몇 가지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의 연구는 생물학적 기제에서 기억 과정을 설명하는 것에 초점을 두며, 이를 위해 ‘정신생물학’부터 ‘신경화학’, ‘약리학’, ‘신경생리학’, ‘실험신경학’에 이르는 복합적인 실험 접근법을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

그는 ‘기억 응고화’와 ‘상태 의존 기억의 인출 조절’에 ‘에피네프린’, ‘도파민’, ‘내인성 오피오이드 펩티드’, 그리고 ‘아세틸콜린’이 하는 역할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후 ‘벤조디아제핀’과 ‘GABA(감마아미노부틸산)성’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기억’과 ‘망각’에 대해 막연히 궁금해 하던 질문, 이를테면 ‘우리는 왜 잊을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잊을까?’ 등에 과학적 해답을 준다.

선구자들의 연구를 비롯해 저자 자신이 직접 참여한 ‘신경생물학’ 연구 성과와 다른 동료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엮어 뇌에서 벌어지는 기억과 망각의 원리를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 연구에 헌신한 노(老)학자의 경험과 생각, 역사적 개념, 문학적 은유 등이 어우러지며 흥미진진하면서도 유용한 통찰을 페이지마다 펼쳐낸다. 요약하자면 ‘최신 과학으로 살펴보는 망각의 메커니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기억 때문에 괴로워 ‘지우고 싶은 기억을 삭제하는’ 일 또는 ‘중요한 사건, 아름다웠던 시절을 또렷이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을 절실히 바라곤 한다. 인간에게 기억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런데 그만큼이나 망각도 살아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억과 망각,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요소가 실제 인간의 뇌에서 어떻게 투쟁하는지, 우리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특정 사건을 기억하고, 또 잊는 것인지를 이 책은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게 해준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가족이 누구인지 같은 정말 중요한 정보는 잊지 않는다. 이런 기억이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우리가 기억하는 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정보를 우리는 잊는다. 매일, 시시각각 우리 기억의 많은 부분이 영원히 사라지지만, 우리 대부분은 무리 없이 활동하고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처럼 망각은 필요한 정보는 남기고, 그 외의 것은 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한쪽으로 치워두면서 뇌가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다. 무엇을 잊느냐, 또한 무엇을 기억하느냐 만큼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우리가 망각하도록 학습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또한 바로 우리 자신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잊어버린 것은 마치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낯설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 뇌에 없고, 따라서 우리 것이 아니다.

기억과 망각은 영화나 문학 작품 속 소재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인류 보편의 관심사이나, 대개 ‘과학’과는 거리가 먼 주제라고 여겨져 왔다. 특히 과거에는 기억을 무언가 ‘신비로운’ 과정으로 여겼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생물학적으로 연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1950년대에 ‘캘리포니아’대학교 ‘제임스 맥고’ 신경생물학 교수를 비롯한 선구적 학자들의 노력으로 기억이 비로소 과학의 품에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물론 19세기 후반 진정한 선구자들, 즉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 ‘헤르만 에빙하우스’ 등의 연구가 기억과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조건’을 밝혀내 훗날 진행한 기억 연구의 포석 역할을 하기는 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Norberto Bobbio)’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제 결론을 말하겠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듯, 우리가 망각하는 것 또한 우리 자신이다.”

오랜만에 아주 딱딱한 방향으로 시작노트를 시작했다. 본래 필자는 이렇게 고리타분하고 학문적인 정설을 혐오한다. 사실은 이런 쪽으로는 비교적 천박하고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걸 어찌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간혹 어떤 주제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밤잠을 안자고 파고 드는 경향이 있어서 간혹 스스로도 당혹해하고는 한다. 아마도 적당히 타협하기 싫어하고 고집스러우며, 외골수적인 본연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망각이라고 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습성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모름지기 사람들이 살면서 알게 되는, 또는 기억하게 되는 모든 사항들을 전부 잊지 않고 머리 속에 담아두게 된다면, 어쩌면 며칠 못가서 사람의 뇌는 과부하가 걸려서 터져버리거나 녹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적당하고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인지하게 되고, 나머지는 적절한 시기에 유효한 방법을 통해서 망각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보내는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의 병폐로 비롯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쉽사리 잊는 ‘건망증’이라던가, 전반적인 기억을 모두 상실해버리는 안타까운 노인성 질환인 ‘치매’ 증상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망각이라는 현상과 사실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살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간혹 사람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도리나 윤리까지도 망각하는 인면수심의 인간 말종들이 생겨나서, 사회를 어지럽히고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잊으면 다시 익히고, 망각하면 또 기억해내는 노력으로 우리는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반드시 기억하고 기려야 할 전통이나 역사를 이어나갈 사명이 있고, 현실의 발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안다. 그래서 밤낮으로 절차탁마하며 학문을 연구하고, 선진들의 가르침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답습, 진보시켜 나가는 행로를 반복하는 것이다. 2017년 6.25 전쟁 관련 기념식이 벌어지고 있는 ‘국립현충원’에 86세의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꼿꼿한 자세, 다부진 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박옥선’ 할머니는 참전용사들의 자리에 앉아계셨다.

1968년 전역한 박옥선 대위는 간호장교로 전쟁터를 누빈 대한민국 군인이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차별받던 시절, 더 배우고 자립하고 싶어 간호장교 시험을 치렀다.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부모님을 뿌리치고 임관하여 전쟁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지옥과 같은 상황을 봤다. 고통 속에 죽어가며 울부짖는 병사들의 공포, 아무리 치료해도 계속 늘어가기만 하는 부상자들, 죽을힘을 다해도 살릴 수 없던 사망자들. 전쟁터는 눈물과 절망감만이 쌓여가는 아비규환의 도가니였다.

‘악하게 살아가는 것이 전쟁이다. 저 사람을 안 죽이면 내가 죽어야 한다. 그러니까 전쟁은 있으면 안 돼.’ 그래서 박옥선 대위는 6.25 참전 유공자회 여성 회장을 맡아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유공자들의 생활을 챙기며 돌보고 있다. 올해 87세, 본인도 적지 않은 나이이면서 다른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드리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용감하지만, 전쟁의 공포를 바로 알고 비참함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세,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마음가짐. 바로 이것이 박옥선 대위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군인의 품격이다.

‘조국을 위한 자’들을 생각하면 언뜻 목숨 바쳐 산화한 호국영령들 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의 열정을 조국과 전쟁터에 바치고 남은 인생과 생명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박옥선 대위 역시 조국에 목숨을 바치고 있는 순국선열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가장 귀한 젊음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바치고 있는 모든 국군장병 여러분 역시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숭고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돌이켜보면서, 아울러 많은 군인이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군인의 품격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 될 우리의 의무 사항 첫 줄에 그들의 애국심과 충정심의 귀한 가치를 자리매김 한다. “평화는 결코 폭탄 투하에서 비롯된 적이 없다. 진정한 평화는 깨달음과, 사람들이 신성한 방식으로 더 많이 행동하도록 교육하는 것에서 온다.” 고 한 ‘칼로스 산티나’의 말을 기억해본다.

어느 스승 아래 제자 둘이 있었다. 둘은 서로에게 라이벌 의식이 존재하고 있어서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하곤 했다. 어느 날 한 제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다른 제자에게 말했다. “바람이 부니깐 나뭇가지가 움직이네.” 그러나 다른 제자가 정색하며 말했다. “식물인 나무가 어떻게 혼자서 움직이겠어. 저것은 나무가 아니라 바람이 움직이는 거야.”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다. 아니다, 나뭇가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소하게 시작된 말싸움이 어느덧 고함을 지르는 큰 싸움으로 발전되었다.

마침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승이 조용히 말했다. “지금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나뭇가지도 아니다. 바람이 불고 있는 곳은 너희의 마음 속이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너희의 마음이다.” 스승은 다시 제자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세차게 움직이는 마음은 너희 마음의 벽에 부딪혀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슴에도 멍을 남기는 법이다. 너희의 마음을 그렇게 움직이는 그 바람은 도대체 어디서 불어오는 것이냐?”

스승의 말을 듣고 깨달은 두 제자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다른 사람의 언행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다. 사람이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의지와 신념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무시하고 상처 입히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굳건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만 주의해서 주변을 바라봐 주자. 혹시 그 때문에 상처 입는 사람은 없는지를 말이다.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하여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해가 슬슬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한 청년이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공원을 청소하던 공원 관리인은 넋을 잃은 듯 힘없이 앉아있는 청년이 조금 수상해서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젊은이. 당신 누구요?” 젊은이는 힘없이 답했다. “글쎄요. 내가 누군지를 몰라서 생각하는 중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관리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당신 집이 어디요? 어디서 왔어요?” 젊은이는 여전히 힘없이 답했다. “그것도 잘 몰라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관리인은 조금 강경한 어조로 물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요? 어디 갈 데 없어요?” 젊은이는 역시 알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 “글쎄요. 그것을 알았으면 벌써 여기를 떠나지 않았겠습니까?” 관리인은 엉뚱한 대답만 하는 젊은이가 더욱 수상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젊은이는 관리인의 미심쩍은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이 받았던 질문에 골몰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 젊은이는 유명한 철학자 ‘데카르트’였다. 사실 방향이 다르기는 했지만, 공원 관리인이 대수롭지 않게 던진 이 질문 내용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심각하고도 중대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하찮은 말 몇 마디에도 가장 심각하고 가장 중요한 의미가 감추어져 있는 법이다. 이유 없는 사건은 없다. 의미 없는 존재는 없다. 필요 없는 인간은 없다.

평범하게 그저 살아갈 뿐이라는 대다수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중대한 의미와 필요가 감추어져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특별할지도 모르는 당신과 당신 주변의 사람들을 좀 더 아끼고 잘 살피도록 하자. 그리고 데카르트의 명언을 생각해보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어떤 망각으로도, 어떤 상실로도 잊혀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생명 그 이상으로 중요한 존재의 의미가 바로 ‘생각하는 힘’이다.

어떤 상담자의 말을 옮겨본다. - ‘내 평생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처음에는 보통 값비싼 고급 요리를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어린 시절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릅니다. 제 평생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린 시절 먹은 집밥의 반찬이기는 한데 엄마의 요리가 아닌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소고기 장조림입니다. 할아버지 연세의 어르신들에게는 비싼 소고기를 손질하고, 찌고, 조려서 많은 정성으로 만든 음식인 장조림이 아주 귀한 음식이었을 겝니다.

손주 사랑이 남달랐던 할아버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귀한 음식인 소고기 장조림을 종종 직접 만들어 보내주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장 맛있는 음식을 요즘은 먹지 못합니다. 치매에 걸리신 할아버지는 이제 요리는커녕 그렇게 아끼시던 손자인 저도 잘 알아보지 못하십니다. 그래도 그 사랑만은 오롯이 남아있는지 할아버지는 시간 날 때마다 제 어린 시절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기억 속의 어린 저와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다.

“아이고, 우리 손자 배고프지 않아? 할아비가 또 장조림 만들어 줄까?” 그런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제 가슴은 너무도 아픕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할아버지가 성인이 된 저의 모습을 알아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옆에서 밝게 웃고 있는 저를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장조림을 다시 한 번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완전히 망각해버린 할아버지의 정신상태가 한없이 원망스럽습니다. -

사랑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향기도 없고, 맛볼 수도 없고, 소리 내어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세상 모든 곳에 있다. 장조림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에 사랑이 있고, 낡은 사진 속에 사랑이 있고, 노쇠하고 치매 걸린 노인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고,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손자의 눈물에 세상 무엇보다 진한 사랑이 있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 그 어떤 망각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어떤 망각의 풍경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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