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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시 '그대 그리운 밤'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수많은 시련 중에 내가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다.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의 몽니가 마침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있다. 이제사 이렇게 가을이 오는가 보다. 엄청나게 가혹한 몸부림으로 기록적인 폭염을 자랑하던 그 기세도 결국은 계절의 변화 앞에서 무기력하게 스러지고 말 것을, 어째서 그토록 모질게 우리를 괴롭히고 못 견디게 했던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아무튼 역사상 최장의 기록을 갈아치운 열대야의 악몽이나, 최고의 낮기온을 기록하며 원치 않는 온열질환자를 양성했던 올 여름의 끈질긴 고문은 아무래도 영 잊혀지지 않을 자연의 경고, 그 서막인 듯 하다.

그리고 맞이하는 이 가을이니, 가을의 기운이 이토록 신선하고 반갑다는 건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고나면 또 잊혀지면서,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에 습관적으로 무감각하게 대처하게 되겠지만, 다시 돌아올 여름이 올 여름처럼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자연재해의 재현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일상들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하는 엄중한 반성과 숙고의 계기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숱한 하루 하루들이 이어진다. 이 중 어찌 소중하지 않은 날들이 있으랴만 이즈막에 느껴지는, 솔솔 가을바람 불기 시작하는 이런 날들은 참 새롭고도 고맙다. 잘 한 것도 하나 없이 공짜로 누리게 되는 가을의 축복이 조금 계면쩍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지사 마다 않고 기꺼이 다시 찾아와 준 가을의 손이니 슬그머니 맞잡으면서 더없이 행복한 꿈을 이어가리라는 다짐으로 소망의 걸음을 옮기는 아침이다.

‘그리움’이라는 단어에 매료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사물들, 그리고 일상의 상황들은 그저 무덤덤하게 대하면서 막연하게 어떤 것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그냥 그리워하는 게 운명이며 의무인 것처럼 결사적으로 그리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이 단어가 주는 의미나 진실은 별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못하고 있다.

무언가를 그리워할 이유도 없고, 기다릴 까닭이 아예 없다. 서로간에 소통과 연락을 담당하는 매개체가 차고 넘치며, 모든 것에 반응하는 기계나 첨단 과학의 산물로 인해 연결의 속도가 급상승하는 바람에 정신 차리기가 힘들 지경인데, 어느 세월에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면서 뒤처져 있는다는 말인가? 그리워 할 사이라면 얼른 만나고 헤어지는 상황이 거듭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이 실은 좀 씁쓰레하다.

그렇지만 세상이 바뀌면 어떻고,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면 또 어떤가?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에는 차고 넘치는 게 사람들의 인연이고, 그 인연마다 향기가 스며 있으니, 그렇게 사람다운, 사람스러운 관계들이 오늘도 내일도 세상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만나지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향기로운 멧시지를 전해줄까 하는 고민을 하다보니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데, 지나치는 사람들이 모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 저절로 행복이 익어간다. 아마도 오늘은 정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길은 걸어가 봐야 길을 알게 되고, 산은 올라 가 봐야 험한 줄 알게 된다는데, 길이 멀어지면 말의 힘을 깨닫게 되고, 산이 높아지면 공기의 소중함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은 겪어 보아야 사람을 알게 되고, 긴 세월이 지나가 봐야 그 사람의 마음도 엿보게 된다. 동녘은 밝기 직전이 가장 어둡고, 물은 끓기 직전이 가장 요란하듯, 행복은 막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늘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다가온다고 한다. 예컨대 지난 여름이 너무나도 험하고 버거웠던 탓에 이 가을의 기운이 이토록 소중하고 정겹게 느껴지는가 보다. 서두름 없는 초지일관 한결같음으로 오늘도 그렇게 소중한 하루가 시작된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이 지닌 마음씨가 있다. 세상에는 억지로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사람 마다의 고유한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자기도 바쁘면서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 내는 사람. 자기의 몸을 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과도 같이 상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 어떤 조건에서도 인연을 깨뜨리지 않는 사람. 삶을 진실하게 살며 늘 함께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잘 익은 찐한 과일 향이 나는 사람이다.

세상 바라보는 눈이 곱고 밝은 사람. 항상 웃고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진한 커피 향 같은 사람이다. 향수를 아니 뿌려도, 촛불을 켜지 않아도, 넉넉한 마음과 찐한 과일 향을 풍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나이 들어간다는 건 천천히 혼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자 하는 생각이 많아지고,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한 끼 식사도 슬슬 혼자서 자주 하게 된다.

한 편으로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만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변화하며 우리를 생각하면서 새롭게 남을 배려하게 될 것이다. 나이보다 젊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끝없이 도전하며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간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멋진 황혼을 누리며 멋지게 나이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어떤 것을 기다리며, 언제나 새로운 일상에 가슴 졸이는 인연의 바람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나이가 들면서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활동이나 교류가 줄어들다 보니 비례해서 그만큼 말수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어휘력이나 단어의 선택에 조금씩 애로사항을 느끼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즐겨 사용하던 말들조차 언뜻 떠오르지 않아서 주춤거리는 경우가 차츰 빈번해진다. 나이 먹는 게 실감나면서 웬지 모르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이 있다. 좋은 말은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이 떠오른다는 사실 말이다.

좋은 글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더 좋은 글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눈 앞의 아쉬움 때문에 그냥 쌓아 두었다가는 상하거나, 쓸 시기를 놓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좋은 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 말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더 이상 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중에 할 말이 없어질까 두려워 말을 아끼고 참으면 점점 벙어리가 되어간다. 우리 마음은 샘물처럼 퍼낸 만큼 고인다. 고인 물은 저절로 썩는 법이다. 좋은 말과 마음을 괜히 아낄 필요는 없다. 남에게 주면 줄수록 오히려 더욱 더 솟아나는 샘이다. 그래서 오늘도 비우면서 더 채워지는 하루가 되기를 빌어본다.

세상에 만약 밝은 대낮만 계속 된다면, 사람들은 며칠 못 가서 다 쓰러지고 말 것이다. 누구나 어둠을 싫어하지만 어둠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낮도 밤도 모두 삶의 일부인 것이다. 다들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 그러나 어둠이 있어야 빛이 더욱 빛나듯, 시련이 있어야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기 마련이다.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수많은 시련 중에 내가 이겨내지 못할 것은 없다.

이건 누구나가 아는 삶의 진리이며 이치다. 어릴 적, 그리워하는 만큼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게 사람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그리움을 삶의 중요한 한 줄기로 여기면서 곱게 가슴에 품어안고 무럭무럭 싹자라게 하면서 살아왔다. 지금은 세상의 얼굴이 다 변화하는 바람에 비록 낯설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리움의 존재가 희미하게 사그러들긴 하지만, 그래도 필자는 오늘도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이 미련한 짓을 멈추진 않으련다. 살아가는 동안에 끝내 그리움의 대상을 실체화시키지 못하더라도 아쉬워하진 않으련다. 그리움이 곧 삶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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