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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 詩 '소리'

감추려하는 아픔과, 숨기려하는 절망까지 다 보여지는 사람, 아마도 전생에 무언가 하나로 엮어진 게 틀림이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이 있다.


림삼 / 칼럼니스트.작가. 시인

詩作NOTE -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눈만 뜨면 바라다보이는 바다에서 아무런 감흥도 못느낀다. 기세 좋게 철썩이는 파도에게서도, 목청 높여 끼룩대는 갈매기에게서도, 제아무리 빨갛게 물드는 석양에게서도 어떤 감동도 낭만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저 먹고 살 일로 마음이 분주할 따름이다. 어쩌다 바다를 찾은 사람들만 신나서 내닫고 겅중거린다. 모처럼 바다를 찾은 여행객들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바다의 환상에 소리를 지르고, 전혀 낯 선 바다의 손짓에 감격을 한다. 그게 상반된 입장 보여지는 바닷가 군상들 단상이다.

 

마치 벼르고 별러 계곡을 찾은 휴양객들이 차디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무릉도원에라도 온 양 감격에 겨워 환호성을 질러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할 제, 근처의 산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온갖 쓰레기와 오염된 자연으로 인해 시름 깊어져 한숨 쉬는 모양새와 흡사하다. 일단 머물다 간 사람들의 뒤로 늘어진 흔적, 다시금 정리정돈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삶의 터전을 추스르는 사람들의 이마에는 깊은 골이 새겨지기 마련이다.

 

여간해서는 매연이나 차량의 엔진 소리조차 접하기 쉽지 않은 시골의 어린이들이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하던 서울 나들이에 나서면, 휘황찬란한 거리의 정경과 고층 빌딩의 위압적인 모습에 숨이 막히고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의 충격으로 할 말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시간을 쪼개 쓰면서 종종걸음 치는 현대인들은 주변의 상황 따위야 관심도 주지 않고 오로지 제 할 일만 하면서, 되레 밀집되어 있는 사람의 숲에 짜증을 부리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각자 처해져 있는 여건과 입장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범주와 가치가 다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순간적인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판단의 근거가 달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처해진 당장의 처지가 언제나 불변이었던 것같이, 그 전의 자신의 생각과 판단은 모두 잊어버리거나 외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오히려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선택했던 적이 있었던 자신의 과거 행적이 아예 없었던 것이라 간주하면서 애써 망각하려 든다. 그리고 당장 현재의 결론에 합리화를 두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완벽한 내로남불인데 자기 자신만 모른다. 안타깝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행동을 할 때 걱정이나 주저하면서, 일을 미루거나 멈칫거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앞에 놓여진 자신의 당면과제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 삶을 올바르게 개척하는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데니스 박사는 저서에서 미 미시간대학에서 행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실제 상황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 걱정의 95%보장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본인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문제이거나 무시해도 좋은 수준의 사소한 것에 집중되어 있다. 겨우 5%의 걱정만이 실제성이 있거나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마크 트웨인도 일찍이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비교적 오랜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문제들과 부딪쳐야 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실제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걱정은 우리의 시간을 갉아먹는다. 가령 우리가 무언가를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를 두고 한 시간씩만 걱정하며 매일을 보낸다고 했을 때, 전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될지를 상상해보자. 일 년이라면 365시간이 근심 속에 파묻히는 셈이다. 무려 15일간의 인생이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그 시간을 보다 생산적이고 즐거운 일에 소비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자주적 능력을 강화하는 서적이나 태도 강화 훈련에 이 시간을 썼다면 훗날 다른 결과가 생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혼자 남겨져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밖으로 나가 이웃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어보자. 우리는 매일 참 많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그런데 살다보면 만나지는 인연 중에 정말 닮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비슷하다 싶은 그런 사람이 있다. 한 번을 보면 다 알아버리는 그 사람의 속마음과, 감추려하는 아픔과, 숨기려하는 절망까지 다 보여지는 사람, 아마도 전생에 무언가 하나로 엮어진 게 틀림이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이 있다.

 

깜짝 깜짝 놀랍기도 하고, 화들짝 반갑기도 하고, 어렴풋이 가슴이 메이기도 한, 그런 인연이 살다가 보면 만나지나 보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는 속내가 더 닮은,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더 마음이 아린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러기에 사랑하기는 두렵고, 그리워하기엔 목이 메이고, 모른 척 지나치기엔 서로에게 할 일이 아닌 것 같고, 마냥 지켜보기엔 그가 너무 안쓰럽고, 보듬어주기엔 서로가 상처받을 것 같고, 그런 하나 하나에 마음을 둬야 하는 사람, 그렇게 닮아버린 사람을 살다가 보면 예기치 않게 만나지나 보다. 아마도 그런 게 인연이지 싶다.

 

그러니 인연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자.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어가는 건 당연한 사람 관계의 진리다.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의 단점을 느끼면서 슬퍼하고, 똑똑한 사람은 자기 장점을 찾아내어 자랑한다. 화내는 얼굴은 아는 얼굴도 낯설고, 웃는 얼굴은 모르는 얼굴이라도 낯설지 않다. 찡그린 얼굴은 예쁜 얼굴도 보기 싫고, 웃는 얼굴은 미운 얼굴이라도 예쁘게 보인다.

 

고운 모래를 얻기 위해 고운 체가 필요하듯, 고운 얼굴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운 마음이 필요하다. 매끄러운 나무를 얻기 위해 잘 드는 대패가 필요하듯이, 멋진 미래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력이 필요하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연장을 두고서 남의 연장을 빌려 쓴다. 그러다 그만 자기 연장을 녹슬게 하고 만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혼자 힘으로 서려고 하지 않고 남에게 기대선다. 그러다 그만 자기 혼자 설 힘조차 잃고 만다.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동행하는 인연을 만들어보자.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첫 인상이 좋은 사람, 목소리가 좋은 사람, 얼굴이 멋지고 잘생긴 사람, 마음이 너무나 예쁜 사람, 애교가 많은 사람, 곰같은 사람, 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다른 느낌의 사람들이 주는 행복도 모두 다르다. 만나면 웃음이 나오게 하는 사람, 만나면 애처로워 보이는 사람, 만나면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의 사람, 그리고 만나면 마냥 행복한 사람, 시간이 가는 게 너무나 안타깝게 만드는 사람...

 

이렇게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주는 공통점은 기다림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 누굴 어떻게 만나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그 기다림이 절대 싫지가 않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음에 그 기다림이 행복인 것이다. 하루가 될지, 한 달이 될지, 일년이 될지, 아니면 영영 만나지 못할지라도 기다림이 있기에 하루 하루가 행복인 것이다. 기다림이 있는 동안은 그 누구보다 행복인 것이다.

 

평생을 기다리는 행복으로 만족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우리에게는 기다림이 있어 행복한 하루다. 사랑이 있기에 기다림이 있고, 그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인 것을, 오늘도 우리는 행복을 얻기 위해 기다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행복을 인연이라고 여기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소유하고 싶어서 우리의 기다림은 더없이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다.

 

물론 가족이나 친한 이웃과의 관계조차 우리가 인연이라고 확신하거나 장담할 수는 없다. 서강대 모 교수가 서울시에 거주하는 대학생을 상대로,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설문조사 결과, 40% 정도가 돈을 원한다.”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또한 서울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부모가 언제 쯤 죽으면 가장 적절할 것 같은가?” 하는 설문조사에서는 “63라고 답한 학생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은퇴한 후 퇴직금을 남겨놓고 사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라니 가슴이 답답할 따름이다. 어쩌다 이 시대 젊은이들이 스스로 잘 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피땀 흘려 이루어놓은 부모 재산을 호시탐탐 노리는 강도가 되었는지 한숨만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63세가 오래 전에 넘었으니 벌써 죽었어야 할 나이인 셈이다.

 

물론 다 그렇다고 간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설문조사가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 공부 잘 하는 것과 효도는 전혀 상관없는 셈인 건가? 그래서 자식한테 재산 물려주기 위해 아둥 바둥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일군 재산 자기가 다 쓰고 죽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아버지 앞으로 생명보험 많이 들어두면 아버지 언제 죽나? 하고 기다리게 된다고도 한다. 한 편으로는 장례식 치를 돈도 남기지 않으면 민폐가 되니 장례식 비용 정도만 남기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는 말이다.

 

다 쓰고 죽어라라는 책이 나왔을 때 단기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어보면 자기가 죽으면 가족들이 어떻게 살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 푹 놓고 죽으라고 한다. 물론 가진 돈 다 쓰고 말이다. 자식들은 공부만 시켜주면 되지 재산까지 남겨주는 것은 자식을 버리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나 죽으면 남은 애들이나 마누라가 어떻게 살까 걱정 안 해도, 100%가 죽고 3년만 지나면 아버지 존재 까맣게 잊고 잘 산다고 한다. 그러니 여행도 하고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살고 돈 다 쓰고 가라는 거다.

 

어쩌다보니 내용이 조금 과장되고 비현실적으로 흐르는 듯 하다.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게 자조적인 전개가 되어버렸다. 아무튼 일부의 설문조사 결과이겠지만 이런 결과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보니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허기사 자식들에게 제대로 물려줄 재산도 변변하게 장만 못한 필자가 한탄할 그 무엇이 있겠냐만, 미풍양속이 아직도 도덕의 근본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는 데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넘어지는 숫자는 결코 중요하지가 않다. 아무리 많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넘어진 것이 아니라 일어서 있는 사람이다. 어린 아이가 걸음을 배우기 위해서는 셀 수 없이 넘어짐을 반복하면서, 때로는 무릎이 전부 깨지는 아픔을 몇 번 겪고 나서야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고 바로 걸을 수 있는 인생은 없다. 과정을 보고서 포기한다면 한두 번 넘어진 아이가 걷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사랑에, 재물에, 명예에, 수 많은 삶의 문제 앞에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넘어지는 일상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를 일으켜 줄 이가 없는 것이 사실은 더 두려운 것이다. 가볍게 넘어진 것은 누구나 툭툭 털고 일어난다. 그러나 스스로 일어날 수 없을 때는 반드시 일으켜주어야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곁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자. 일으켜줄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일어서 있는 사람이며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인연이 곁에 있는 한 우리는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 소중한 행복을 가꾸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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