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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시 '새벽에만 내리는 봄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친구라고 여기고, 소중한 나의 이웃이라고 여기고, 그런 마음으로 사랑을 먼저 주려고 한다면,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 Memory and desire, stirring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Dull roots with spring rain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길러 주었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T.S. Eliot)’의 유명한 장편시, ‘황무지(The Waste Land)’의 첫 구절로 시작노트를 연다. 5부로 구성된 433행의 난해한 시, ‘황무지는 웬만한 영국인들도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없는 서양 고전어, 라틴어와 헬라어로 되어있다. 이 시의 첫머리는 죽고 싶다라는 제사(題詞)로 시작하여, ‘평화, 평화, 평화라는 갈망, 구원을 염원하면서 끝을 맺는다. 그는 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절규했을까? ‘1차 세계대전동안 약 1,000만 명이 죽고, 2,000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당시 유럽은 물심양면의 폐허, 그 불모의 절망감에서 몸부림치는 외침의 바로 '4월의 잔인함' 그 자체였다.

 

비참한 전쟁이 낳은 정신적 불모지, 저주받은 유럽 사회는 소생이 불가능한 황무지였다. 4월이 오고 라일락이 피어나도 절망이 가득한 상황에 침잠하면서 모두에게 닥친 현실은 잔인했을 것이다. 인간이 자초한 모순의 극치 앞에서 아무리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부활의 계절이라 하나 공허한 추억과 덧없는 욕망으로 꿈틀거릴 뿐, 진정한 소생이 불가능한 유럽인들에게는 잔인한 4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현대사의 4월도 잔인했고, 이제도 또 잔인하다. 1947제주 4.3사건’, 1960‘4.19혁명’, 그리고 2014‘4.16 세월호 참사가 그러했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내외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과 제반 여건을 되짚어보면, 역시 오늘날의 4월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더욱 암담한 것은 이 잔인한 4월이 지나가면 더 잔인한 5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봄은 이리도 무르익는데 왠지 마음은 더 쓸쓸해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누구의 실책으로 이토록 혼란스럽게 된 나라 꼴을 망연자실하며 울분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 무기력하고 대책 없는 위정자들의 꼴불견 짓거리와, 잘난 것 하나 없는 집단의 허무맹랑한 부르짖음을 언제까지 듣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한숨만 나온다. 그렇다고 이 나라를 떠날 수도 없는 노릇, 소중한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우리나라인데, 대관절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다가는 제 명에 못 죽는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난다. 작은 일에서부터 스트레스가 쌓이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육체는 망가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험난한 현실을 타개해나가야 한다. 스스로가 건강을 챙기고 개인의 안녕을 추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우리를 구원해줄 수는 없다. 단지 자기 자신만이 귀한 목숨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을 사랑하는 길을 알려줄 수 있는 법이다.

 

사람이 깨어 있는 낮 동안에는 베타파라는 뇌파가 나오는데, 이 뇌파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낮에는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듣고 본다고 해도 점점 스트레스와 피곤만 쌓일 뿐이다. 하지만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는 알파파가 나오면서, 이 때 모든 병을 고치는 기적의 호르몬인 엔돌핀이 분비된다. 엔돌핀은 피로도 회복하고, 병균도 물리치며 암 세포도 이기게 한다. 그래서 잠을 푹 자고 나면 저절로 병이 낫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깨어있을 때에도 알파파가 나올 때가 있다. 바로 사랑할 때다. 사랑할 때 마음이 흐뭇하고 기분이 좋은 것은 뇌 속에서 알파파가 나오는 동시에 엔돌핀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을 하면 병도 빨리 낫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하면 피로한 것도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하루를, 아니 살아가는 동안 내내 많은 것을 사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러면 하루가 즐겁고, 한 주가, 한 달이, 평생이 행복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늘 하는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온도가 있다. 말은 우리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지만 그 뿌리는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나 차가운 말 한 마디는 그대로 굳어버리게 한다. 기왕이면 우리가 오늘 하는 말이 사랑으로 가득 차, 불타는 마음의 난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말이었으면 좋겠다.

 

따뜻함이 사라진 말이 나올 때는 차라리 침묵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현명하다. 입술의 침묵, 마음의 침묵, 눈의 침묵, 귀의 침묵, 정신의 침묵, 이렇게 각 신체 부위의 침묵을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우리 신체 중에서 제일 약한 것 같으나 제일 강한 것이 입술의 말이다. 가장 슬픈 일이 입에 있고, 가장 기쁜 일 또한 입에 있다. 그러므로 항상 온도 높은 좋은 말로 주변에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가진 것이 부족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김치 한 조각으로 밥을 맛있게 먹고, 누더기 옷 한 벌인데도 입으면 빛이 나고, 낡은 시집 한 권을 가졌을 뿐이지만 위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있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마음에서 생겨난다. 막연하게 행복을 쫓는 사람은 결코 행복을 잡을 수 없으며, 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한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가진 것 없이 행복해지는 방법, 그건 참 간단하다. 행복을 찾기 위해 소매를 걷지 말고,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 속 허욕을 버린다면 그만큼 행복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커진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행복 지수 1위의 나라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자유와 연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는 철학이 스스로 선택하여 더불어 함께 하니 더욱 더 즐겁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라, 바로 덴마크의 정신이다.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는 57위라고 한다. 한 번쯤 돌아봐야 할 수치다. ‘도 소중하지만 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스스로에서 시작되지만 더불어함께 가는 것, 함께 가되 서로 찡그리지 않고 하루하루 더 즐겁게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일 아닐까?

 

미국의 어떤 도시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에게는 그의 재산을 물려 줄 상속자가 없었다. 그는 죽기 전 변호사에게 자신이 죽으면 새벽 4시에 장례를 치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유서 한 통을 남기고는, 장례식이 끝나면 참석한 사람들 앞에서 뜯어달라고 부탁했다. 새벽 4시에 치러진 장례식에는 불과 네 사람만 참석하였다. 고인에게는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있었지만 이미 죽은 친구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정말 귀찮고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에 달려와준 네 사람은 진정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장례식을 경건하게 치렀다. 드디어 변호사는 유서를 뜯어 읽었다. “나의 전 재산 40만 달러를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고루 나누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유서의 내용이었다. 장례식에 참석한 네 사람은 10만 달러나 되는 많은 유산을 받았다. 그 많은 유산을 엉겁결에 받은 네 친구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의 유산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사회에 환원하여 고인의 이름을 딴 도서관과 고아원 등을 건립하여 친구에게 보답하였다.

 

만약 나의 장례식이 새벽 4시에 치러진다면 과연 몇 명이나 올까? 내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물질, 사회적 지위나 힘이 하나도 없어져도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따라와줄 진정한 친구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없을까?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이제부터 마음 먹고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그런 진정한 친구가 되면 되니까. 친구는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 가장 부담스러운 선물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친구라고 여기고, 소중한 나의 이웃이라고 여기고, 그런 마음으로 사랑을 먼저 주려고 한다면, 그럼에도 4월은 언제까지 계속 잔인한 달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까? 아니다. 우리의 봄이 아직까지 이렇게 쓸쓸하고 스산한 이유는 우리가 아직도 우리의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4월이 이토록 잔인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우리가 아직도 우리의 이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구나. 원인은 바로 나였구나. 4월의 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근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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