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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 詩' ' 늧가을밤'

거기 바로 행복의 싹이 움튼다는 진리를 깨닫도록 하자.



림 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영 어수선한 가운데 가을이 간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엉망진창인 듯 한데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코로나도 아직은 도무지 물러날 기세가 아닌데 우격다짐으로 위드 코로나라는 희한한 선전포고를 진행할 요량인 듯 하다. 허기사 당국이랍시고 있어봤자 먹고 사는 문제조차도 적절하게 조절을 하기가 벅차니 무슨 조치인들 강행하고 싶지 않을까만, 도무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거야 정책이 앞서 가는 게 아니고 매사에 뒷북이다. 그런데도 저 잘난 멋에 심취한 정치가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모략과 음해의 탑을 쌓아간다. 한 마디로 요지경 세상이다.

 

이토록 뒤죽박죽인 세상사에서 정신줄을 놓지 않고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우리네 서민들은 정말이지 살아가고 있는 건지 죽어가고 있는 건지, 아주 기초적인 모양까지도 이리저리 우그러져서 영 대책이 안 서는 꼴새다. 도대체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해야 하는 건지 지금으로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요 진퇴양난이다. 당장 이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이나 하고 싶은 심사다. 그러니 이 노릇을 어쩌랴? 서로 서로가 다 피해자요 흔들리는 신세인 것을. 그냥 우리끼리 손잡고 위로하며 힘을 내서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수밖에...

 

속절없는 계절은 어느새 가을이라는 이름을 수납고에 집어넣을 태세다. 어째서 이리도 겨울은 일찍 찾아드는 것인지, 유난히도 일찍 몰아치는 찬 바람에 폐부까지 시려온다. 차라리 꿈이라면 깨어나기라도 기도할텐데 이건 엄연한 현실이다. 어쩌지도 못하고 감내해야 할 우리의 숙명이다. 그렇기에 기왕지사 찾아온 이 환절기에 우리는 억지로라도 적응해야 한다. 이제껏 버텨왔던 인내와 끈기로 또 다시 이겨내야 한다. 어떤 난관이나 역경이 고통의 이름으로 들이닥쳐도 모두 물리치고 꿋꿋하게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역지사지라는 말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며 서로 도우려고 하는데, 세상 어떤 모진 고난이라 하여 겁나겠는가? 몇몇 못난 정치가들처럼 자신만이 제일 잘 난 것으로 착각하는 우매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이 험한 세상에서도 따뜻한 사랑과 행복의 향기는 솔솔 피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은 힘겹지만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으로 자신과 이웃을 위로하면서 살아가자.

 

또한 이런 때일수록 가족들 간에 화목하고 우애를 돈독하게 해야 하며, 어떤 오해나 불신도 싹트지 않게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존경과 사랑을 가정의 근간으로 삼고 유산으로 물려준다는 마음이면 좋겠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은 그 아들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이고, 어머니가 딸에게 줄 가장 좋은 선물은 그 딸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이다.

 

자식에게 바라는 것을 먼저 부모에게 드리고, 서로 돕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자. 부부가 서로 돕는다면 그 자녀들은 식사 후에 접시라도 잡게 된다. 그리고 서로 허물을 나무라지 않는다. 부모의 허물은 자녀의 수치이고, 자녀의 허물은 부모의 수치다. 자녀 앞에서 배우자의 허물을 들추거나 좋지 않은 별명을 부르지 말자. 그리고 다투게 되었다면 바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자.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자녀 앞에서 싸움을 했다면 그 앞에서 화해하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한다.

 

자녀에게도 용서를 청할 수도 있어야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부부싸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들이다. 부부가 함께 자녀에게도 용서를 청하고 보상을 하도록 하자. 자녀에게서도 배우는 것이다. 자녀는 신세대의 모델이다. 자녀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새로운 삶의 지식을 배우고, 깨달음을 준 공로를 칭찬과 사랑으로 갚도록 하자. 아울러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자. 가장 훌륭한 교육은 사랑의 행위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도 사랑으로 감싸주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말자. 특히 꾸지람은 몰래 하도록 주의하자.

 

또한 자녀들 앞에서 배우자의 자존심을 꺾지 말자. 싸우고 꾸짖을 일이 있으면 자녀들 몰래 단 둘이 나눌 일이다. 아이의 표정, 말과 행동을 보면 그 부모가 어떤 사람들일지 예측해 볼 수가 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화목한 모습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사실 가정의 이야기, 부모와 자식 간의 주제를 거론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잘 하자는 권면과 격려의 이야기인 셈이다.

 

옛날에 글을 배우지 못한 여자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갔다. 해가 갈수록 고향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부모를 도와 농사를 짓고 살림을 꾸리느라 고향에 다녀올 엄두조차 못 냈다. 하루는 고향으로 가는 인편이 있어서 친정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할 요량으로 종이를 펼쳤다. 그러나 글을 몰라 한 글자도 쓸 수 없었다. 고민하던 여자는 글 대신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간단했다. 커다란 굴뚝과 훨훨 나는 새 한 마리가 다였다.

 

며칠 뒤 고향에 편지가 도착했다. 마을 사람들은 글도 모르는데 어떻게 편지를 보냈을까?” 하고 의아해하며 편지를 뜯었다. 굴뚝과 새 그림을 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해석하지 못했다. 그 때 여자의 친정어머니가 밭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사람들은 시집간 딸에게 온 편지를 내밀며 물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래요?” 편지를 본 친정어머니는 이내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고향에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올 새가 없다는 말이랍니다.”

 

단번에 딸의 그림을 읽은 어머니처럼, 서로를 깊이 생각하는 마음은 천리 길도 잇는다. 서로가 생각이 같으면 말 없이도 소통된다. 누군가와 생각의 깊이를 같이 하면서 사랑이 넘치고 행복한 나날들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행복이 별 건가? 마음의 평안을 추구하면서 미소지을 수 있다면 거기 바로 행복의 싹이 움튼다는 진리를 깨닫도록 하자. 그럼 버거운 오늘 하루의 삶도 금세 아름다운 장밋빛 행복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잊어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해서 일상의 지표로 삼으면 생각 외로 쉽게 삶의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바로 잊도록 하자.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으면 바로 잊자. 다른 사람이 험담하는 것을 들었으면 바로 잊자. 사소한 일, 심술이나 조롱은 곧 잊어버리자. 반대로 다른 사람이 친절을 베풀었으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억하도록 하자. 다른 사람을 칭찬할 것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기억하자. 다른 사람과 약속한 것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꼭 기억하자. 도움받은 일이 있으면 기억하고 감사함으로 갚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을 기억하며, 근심과 고통은 잊어버리고, 용서하고 소망을 가지도록 하자. 또한 선한 것을 기억하자. 진실된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모두 기억하자. 항상 생각하자. 그러면 진정한 기쁨과 우리를 아끼는 이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동안 버려두었던 단어 몇 개를 가슴에 품고, 마음 깊이 스며들도록 해보자. 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하도록 해보자. 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 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이 나누기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동안 잊고 지내던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보도록 하자. 그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보도록 하자. 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 들에 핀 국화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 들어보록 하자.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래 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 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아직도 우리의 마음 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의 나무를 뽑아내도록 하자. 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다. !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10월 하순인데 벌써 중부지방으로는 첫 눈도 내리고, 올 해는 가을이 정말 바삐 지나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급한 걸음으로 겨울이 달려들고 있다. 그러고보니 실상 춥기는 참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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