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
-대학의 세 가지 역할은 교육, 연구, 사회에 대한 비판과 봉사.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렬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today news/취재본부장 강향수]
정년퇴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으로 주는 정부 훈장을 거부(지난 10월28일)하고 동료 교수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발표한 김철홍 인천대 교수(산업경영공학과)가 “국민들의 격려가 있기에 불이익이 두렵지 않다”고 11일 밝혔다.
김철홍 교수사진
김 교수는 이날 제이티비씨(JTBC)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국립대 교수이기에 불이익이 클 수밖에 없는데 시국선언에 나선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70~80대 분들이 메일을 많이 보내주시고, 지방에서 정갈한 손 편지로 격려해 주시고, 커피 쿠폰까지 보내주시는 등 정말 많은 격려를 받았다” 며 “국민들이 격려하고 있는데 뭐가 두렵겠냐”고 했다.
이어 “사회에 대한 비판과 봉사는 대학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학의 세 가지 역할은 교육, 연구, 사회에 대한 비판과 봉사”라며 “언제부터인가 대학이 ‘취업공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사회문제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시국선언은 대학의 본질적 역할인 비판, 봉사 같은 임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단독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묻는 질문에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들을 거론하며 “전 정부의 영부인도 논란에 휩싸였다고 맞받아 쳤다. “국격도, 내치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데 대학에서 선생님들이 바른 이야기를 못 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했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우리가 대통령을 한 사람 뽑았는데 1+1 사은 행사도 아니고 이상한 사은품이 따라왔다. 거기가 오히려 주객전도가 되어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며 둘 다 유통 기한이 한참 지난 불량품이기에 폐기해야 한 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달 28일 정부가 제공하는 훈 포장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퇴직교원 정부포상 미신청자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했다. 그는 직접 작성한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며 훈장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지난 6일 인천대 교수 44명이 참여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교수생활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인 국립 인천대 김철홍 교수가 올 연말 퇴임식에서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했다.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훈장 포기 취지 글 전문.
김철홍(인천대 교수, 전 교수노조 국공립대위원장)며칠 전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공적 조서 양식을 앞에 두고 여러 생각이 스쳐 갔다. 먼저 지난 시간 대학 선생으로 내가 한 일들이 어떤 가치가 있었기에 내가 훈장을 받아도 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훈장이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뚜렷한 공로를 세운 자에게 수여되며, 공로의 정도와 기준에 따라 받는 훈장이 다르다고 한다. 대학의 교수라고 하면 예전보다 사회적 위상이나 자긍심이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일정 수준의 경제 사회적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훈포장의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렬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윤석렬은 선출된 5년짜리 정무직 공무원이다. 나는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 무릇 훈장이나 포상을 함에는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할 연구 관련 R&D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순방을 빙자한 해외여행에는 국가의 긴급예비비까지 아낌없이 쏟아 붓는 무도한 정권이다.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렬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고,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 매 주말 용산과 광화문 그만 찾게 하고, 지지율 20%이면 창피한 줄 알고 스스로 정리하라. 잘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 그만 내려와서, 길지 않은 가을날에 여사님 손잡고 단풍이라도 즐기길 권한다. 훈장 안 받는 한풀이라 해도 좋고, 용기 없는 책상물림 선생의 소심한 저항이라고 해도 좋다.
“옜다,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