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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석 '낙엽지는 음악의 시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어김 없이 계절은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림삼 /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詩作NOTE -

벌써 낙엽을 바라보는 가을의 뒷 꼭지에 접어들었다. 그러고보니 올 가을에는 제대로 된 단풍도 느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들쭉날쭉한 날씨 탓인 건지, 아니면 세상의 기운이 이미 쇠해지는 바람에 낙엽마저 제 색깔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그저 맥없이 바래지고 마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그냥 보내버려야 하는 가을이라니 심사가 괜시리 쓸쓸하고 허전하다.

그렇다고 이 짧은 가객을 붙잡고 늘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멋드러진 가을 추억을 장만하는 낭만은 천상 다음 해 다시 올 가을이나 기다리며 벼를 수밖에 없다. 허기사 어느 결에 이리도 허망하게 먹어버린 나이 탓인 걸 내년 가을이라고 뭐 별쭝난 이벤트가 필자를 기다릴 리 만무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아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혹여나 하고 기다리는 맛에 세월 죽이는 거 아니겠는가? 내남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그런 앙증맞은 행운이나 그럴 듯한 소식이라도 하나쯤  당도하길 속 깊이 기원하는 마음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생각하는 낙엽과 음악이라면 특별한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서로의 사이가 참 좋은 관계인 듯 한 느낌이다. 거기다가 시 한 수 곁들여 얹을 수 있다면 삼위일체가 되어지니 금상첨화일테고 말이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신선하고, 산야는 화려한 색으로 물들이며 자연이 더없이 완벽한 구색을 맞추어주니, 사람이라는 존재 이유 구태여 내세울 것도 없이 그냥 물 흐르듯 순리대로 시절 따라 어울리면 되는 것이다. 

가을은 바로 그렇게 사는 거다. 다시 올 가을이라고 해봤자 한 번 시들은 청춘 불살라줄 다른 사연 싣고 올 리 없으니, 올 가을 기왕지사 남은 시간 넉넉하다 여기면서 낙엽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시를 읊으며, 그리 살면 되는 거다. 만일 그런 연후에도 무슨 후회나 미련이 혹여 남으면 그건 과욕일지니 그냥 훌훌 털어버리면 또 되는 것이다.

인간사 모든 일에는 인과의 법칙이 존재한다. 세상에는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어떤 원인이든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박수를 치면 두 손 모두 울린다. 그렇다면 어느 손이 인이고 어느 손이 과일까? 아마도 한 손이 다른 손을 아프게 한 인이면서 동시에 그 과를 받는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이른바 공동 운명체다. 우리 삶에서의 실패도 성공도 서로가 인이면서 과가 되니,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관문과 대문으로 된 집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현관문부터 열어야 되고, 반대로 집으로 들어오려면 대문부터 열어야 된다. 상황에 따라 정 반대의 진리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말할 때는 마음의 문을 연 뒤에 입의 문을 열고, 들을 때는 귀의 문을 통해 들어온 것을 마음의 문을 열어 잘 받아들여야 될 것 같다. 고착화된 생각이나 독선은 자칫 형통과 흐름의 묘미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높은 것을 좋아하며 꿈, 소망, 사랑, 순수, 지혜, 진실, 인내, 용기, 자유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태우고, 눈물 흘려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무엇보다도 내 마음의 항아리에 들어찬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높음과 미래를 향해서 생각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면 파란 가을 하늘도 담을 수 있고, 흘러가는 구름도 머무르게 할 수 있으며, 지혜의 풀꽃도 자라게 할 수 있다.

우린 간혹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와 충돌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말다툼으로 시작해 크게 번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싸움의 원인은 의외로 아주 사소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기에 각자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는데도 그것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우선으로 하고 상대의 말을 무시하기 때문에 마음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상대의 말을 존중해주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없다면 싸움은 커지고 만다. 물론 당신의 이야기는 틀리지 않다. 당신의 의견이 옳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생각도 옳은 것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서로 한 발짝만 물러선다면,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분쟁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냥 조금만 양보하고 참으면 되는 일이다. 물론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예컨대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다. 그런 셈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화를 낸다고 나도 덩달아 화를 내는 사람은 두 번 패배한 사람이다. 상대에게 끌려드니 상대에게 진 것이고, 자기 분을 못 이기니 자기 자신에게도 진 것이다. 바람을 향해 던진 흙이 오히려 자신을 더럽히는 것과 같이, 우리가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는 것은 남을 해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해친다. 

그런데 오늘 우리들은 어리석게도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가 잘한 행위이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가리켜 승리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은 이것은 승자의 길이 아니라 패자의 길이다. 상대가 화를 내더라도 침묵하거나 웃을 수 있을 때, 두 가지 승리를 얻게 된다는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있을 땐 잘 몰라도 없으면 표가 나는 사람들, 순간 아찔하게 사람을 매혹시키거나 하지는 않지만 늘 언제 봐도 좋은 얼굴, 넉넉한 웃음을 가진 친구들, 그렇게 편안하고 믿을 만한 친구들을 몇이나 곁에 두고 있을까?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가깝고 편한 존재인지, 그러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싶다. 두드러지는 존재, 으뜸인 존재가 될 필요는 없다.

오래 보아도 물리지 않는 느낌, 늘 친근하고 스스럼 없는 상태, 그런 친구들을 곁에 둘 수 있으면, 그리고 나 또한 남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가끔은 꽃이 아름다워 탄성을 부를 때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보일 때다. 꽃은 시들고, 계절은 세월 따라 흘러가지만 영원히 가슴에 남는 사람의 향기는 지워지지 않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절 인연이든, 스치는 작은 만남이든, 누군가의 가슴 속에 향기나는 꽃이 되는 것은 축복이다. 평범함 속의 아주 작은 배려와 관심이 어둠을 밀어내고 빛으로 다가오듯,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것은 관심과 작은 배려와 사랑이다.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향기로운 일일까?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

인생 길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일까? 그로 인하여 비어있는 인생 길에 그리움 가득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가까이, 멀리, 그리고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 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내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이 아닐까?

사랑도 그리움도 점차 희미해져가는 우리네의 생활, 중년이 지나고 노년에 접어들면 이제부터는 남은 세월만 먹고 살아가야 한다. 얽매인 삶은 풀어놓고, 여유로움에 기쁨도 누리면서, 술 한 잔에 막힌 속을 나누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단순하거나 쉬운 노릇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건과 마음이 같은 친구를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나이에 상관 없이 아름다운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고, 만나도 부담 없는 사람, 젊음의 활력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남은 여생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벗이 있다면 그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물 위에 글을 쓸 수는 없다. 물 속에서는 조각도 할 수 없다. 물의 본성은 흐르는 것이다. 우리의 감정은 바로 이 물처럼 다루어야 한다.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면 터뜨리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지혜의 한 단면이다. 마치 강물이 큰 강으로 흘러가듯이 분노의 감정이 자신의 내면에서 세상 밖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것은 감정을 숨기는 것과는 다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서 떠나가게 하면 된다. 그것은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장 지혜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어김 없이 계절은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언뜻 가을의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산야가 푸르름에서 새로운 빛깔로 단장하는 그런 계절이 왔는가 싶더니, 진작 낙엽으로 지는 계절이 다가섰지 않은가? 갑작스레 차가워지는 날씨에 행여 당황하지는 않았었던가? 이런 저런 연유로 가을은 우리에게 사연을 만들어주는가 보다. 온 누리에 가을 향기가 가득한 날, 10월 하순의 가을 바람을 타고 창 밖에는 무서리가 촉촉히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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