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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림삼의 초대 詩 '망각된 여인'

기다림 한 번 없이 끝내버린 자신의 조급함의 결론이다.

 

F

림삼 /칼럼니스트. 작가. 시인

 

- 詩作NOTE -

오랜만에 다시 예전의 시를 한 편 골라본다. 림삼 제2시집 ‘일년이면 삼백 예순 날을’ 중에 수록되어 있는 시이니 물경 30년도 더 된 시다. 가만 가만 읽어보다가 제목에 들어있는 ‘망각’이라는 단어에 눈길을 맞춘다. ‘어떤 사실을 잊어버림’이라고 사전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뜻을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좀 미진하고 한 켠으로는 섬찟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망각은 분명 어떤 사실을 잊어버림을 뜻하는 용어인 건 맞다. 생물의 두뇌에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으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인 인간조차 예외는 아니다. 이 망각 작용으로 인해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며 아예 머릿속에서 잊혀지기도 한다. 좀 더 사실적으로 풀이하면, 개인의 장기 기억 속에 이미 저장되었던 정보를 잃어버리는 현상으로, 기억의 반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이 우리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듯이, 망각 또한 지속적이고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망각은 경우에 따라 이점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빈도와 증상이 점차 심해지며 기억, 학습, 새로운 정보의 저장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 망각의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다양한 요인들이 망각의 과정에 관여한다고 보인다. 

또한 기억 수행을 위한 세 단계인 정보의 부호화(encoding), 저장(storage), 인출(retrieval)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망각이 일어날 수 있다. 망각은 반복 또는 더욱 정교한 정보의 인지적 처리 과정 등을 통해 줄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꾸준히 오래 동안 연구를 해오면서 망각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켜왔다. 그 중 ‘해마 손상과 기억 상실’이라고 하는 논제로 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어떤 연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적으로 이 연구나 혹은 비슷한 다른 연구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서 망각이라는 실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학자들의 몫이고, 우리는 그냥 주어진 일상에 잘 적응하면서 순리대로 살아가는 게 어찌보면 현명한 처사다. 다만 망각의 가장 취약한 진실 중의 한 갈래가 바로, 우리가 현대에 와서 가장 절박하게 여기는 질병 중의 하나인, 이른바 ‘치매’라고 하는 현상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이나 문명이 초고속의 발전을 이룩하고 있고 의학도 상상 못할 정도로 발전되고 있으나, 인간이 극복하지 못하는 범주가 바로 이 분야인 건 너무나도 엄중한 사실이다.

경중을 막론하고 주변에 이런 종류의 각종 뇌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가까운 지인이 누구에게나 한 두명 씩은 있을 것이다. 모든 기억이나 과거의 사실을 죄다 잃어버리고 보통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에 침잠되어버린 가여운 인연과의 동행이라면, 그건 우리에게 어쩔 수 없이 많은 애환과 가슴 저린 아픔을 부여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필자가 ‘망각된 여인’이라고 지칭하는 이 맥락의 화자는 바로 그 여인 자체다. 그러니까 누구에게서 망각되어진 게 아니라, 반대로 누군가를 망각하게 된 여인이라는 말이다.

현실을 망각하고, 세상을 망각하고, 인연을 망각하고, 끝내 자기 자신까지를 망각한 이후에는 무엇이 남는 걸까? 그 뒤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 걸까? 망각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에 소름이 돋는다. 젊었던 시절에 비해 기억이 자꾸 쇠퇴해가는 느낌이 들어 조바심에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게 되고, 억지로라도 별별 조치를 동원하여 두뇌 훈련에 열을 올리다가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체념 얹은 순리로 생각을 바꾸면 오히려 편안해진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다람쥐 쳇바퀴같은 일과에 때로는 싫증도 나고 벗어나고픈 욕망에 일탈도 꿈꾸기는 하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일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연들과의 교류는 내일의 또 다른 기회나 희망의 앙상블이 되어 삶의 즐거움을 심어준다. 오늘은 내가 그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활력소가 되어주고, 어떤 향기로 그들을 미소짓게 할까?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라면 오늘도 필경 행복과 승리의 노래를 부르는 하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손에 손톱 자라는 것은 보면서, 내 마음에 욕심 자라는 것은 보지 못하고, 내 머리에 머리카락 엉킨 것은 보면서, 내 머릿속 생각 비뚤어진 것은 보지 못하는 게 바로 우리 인간의 속성이다 가능하다면 속 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크고 밝은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절로 열리고 닫히는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 남을 칭찬하는 소리엔 저절로 활짝 열리고, 남을 욕하는 소리엔 금방 닫히는 그런 예쁜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

칭찬보다 욕이 많은 세상에서, 장애인처럼 차라리 한 쪽만을 가지더라도 그런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들어진 밝은 눈과 예쁜 귀로 오늘 하루도 참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우리가 스무살 시절엔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면 더 너그러워지고, 이해심도 커질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니 너그러워지던가? 나이 들면 너그러워진다는 말은, 농경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다 나이 들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한가해지니까 여유가 있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60, 70이 돼도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하는 각박함 속에서는 나이 들면 경쟁에서 밀리니, 너그러워지기가 더 쉽지 않다. 실상 너그러움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마음을 열고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2~30대에도 너그러워지고, 마음을 닫으면 늙어서도 옹졸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오늘 만나는 모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도록 하자. 그러면 자신의  인생이 편안해지고 너그러워질 수 있을 거다.

잔은 비울수록 여유가 있다. 그것이 술이라도 좋고, 세월이라도 좋고, 정이라도 좋다.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조급함을 버리고, 그리고 집착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 우리의 잔은 채울 때보다 비울 때가 더 아름답다. 빈 잔의 자유를 보자. 그 좁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를. 그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일이 뜻대로 되어지지 않을 때, 무언가에 자꾸만 집착이 갈 때, 삶이 허무하고 불안하여 믿음이 가지 않을 때, 빈 잔을 보자.

가슴이 뛸 때까지 보자. 그러면 비우는 잔마다 채워질 것이다. 투명한 것을 담으면 투명하게 보일 것이요, 따뜻한 것을 담으면 따뜻한 잔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진리다. 그런가 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이든 쉽게 단정하지 말고, 쉽게 속단하지도 말고,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관계에서 기다림보다 더 큰 관계의 줄은 없다. 대개의 관계가 성급하게 끊어지는 것은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함 때문이다. 기다림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상대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다. 기다림의 마음을 가져본 사람들은 관계 그 이후에도 사람에 대한 미움이 없다. 이미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넓은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관계가 끊어지곤 하는데 그건 사실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 한 번 없이 끝내버린 자신의 조급함의 결론이다.

생각은 인생의 소금이다. 음식을 먹기 전에 간을 보듯,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자. 깊은 강물은 돌을 집어 던져도 흐려지지 않는다. 모욕을 받고 발칵하는 사람은 작은 웅덩이에 불과하다.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하는, 값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그 사람이 있을 때 존중하고, 없을 때는 칭찬하고, 곤란할 때는 도와주고, 은혜는 잊지 말고, 베푼 것은 생각하지 말고,서운한 것은 잊도록 하자. 진정으로 망각해도 좋을 것들만 골라서 망각하자. 어차피 망각을 벗하여 살아갈 삶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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